남들보다 느린 게 아니라, 내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완벽하게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의 고백

by 알파시커

빨리 시작하지만, 끝내지 못하는 나.


나는 사실 느린 사람이 아니다. 뭐든 빨리 시작한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먼저 손들고, 아이디어도 누구보다 먼저 떠올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작은 번개 같지만, 끝내는 건 한없이 늦다. 아니, 아예 끝내지 못할 때도 많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대충 마무리하는 건 싫다. 그래서 계속 고치고, 다시 쓰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프로젝트들이 내 컴퓨터 폴더에 수십 개씩 잠들어 있다.


다만 좋은 점은 누가 뭘 얘기하면 비슷한 무언가를 툭툭 던지고 작게 스케치된 것들을 남들 앞에 꺼내는 것이다.

비록 보잘것없다고 해도.






완벽주의의 함정일까?


어느 날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메모 하나를 발견했다.


완성하기 → 잘 쓰든 못 쓰든 한 편을 끝내본다

꾸준히 하기 → 계속한다. 잘 쓰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계속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걸.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80점짜리라도 끝내는 게 0점으로 끝나는 것보다 낫다는 걸.

하지만 감정은 늘 발목을 잡았다.

"이 정도면 좀 더 다듬어야지"

"아직 부족해, 조금만 더…"


그렇게 미루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은 사라졌다.

완성하지 않으면 피드백도 받을 수 없고, 개선할 기회도 없다.

그냥 서랍 속에서 썩어갈 뿐이다.






완성의 힘을 알게 되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일단 끝내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첫 번째 글을 발행했을 때는 정말 떨렸다.

'이런 걸 올려도 되나?' 싶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렸다. 그리고 댓글이 달렸다.

"공감돼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완벽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닿았다.

그게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두 번째 글은 첫 번째보다 조금 나았고, 세 번째는 두 번째보다 나았다.

열 번째쯤 되니 확실히 달라졌다.

완성하는 경험이 쌓이자, 완성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완벽을 추구하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던 과거의 나보다

불완전하지만 계속 완성해가는 지금의 내가 훨씬 성장하고 있다.






빠른 시작, 적당한 마무리


지금은 나만의 패턴이 생겼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빠르게 시작한다.

이건 내 장점이니까 그대로 살린다.


하지만 중간에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이 올라오면 스스로 말한다.

"일단 끝내자. 완벽은 나중에."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길거리, 도서관, 서점...

여기저기 다니며 신기한 것들을 보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긴다.

바닥의 표시는 잘 그려진걸까? 하면서 한장 찰칵.

밤에 보는 골목은 낮의 것과 느낌이 다르네 하면서 찰칵.


또 스쳐 들은 대화 한마디에서 영감을 얻으면

바로 메모하고 글로 옮긴다.

그리고 무조건 초반에 호기심을 심으려 한다.

독자가 "이게 뭐지?" 하고 계속 읽게 만드는 것.


막히면? 예전에는 며칠씩 붙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넘어간다.

완성 후에 고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이렇게 떠오른 생각이나 글감을 빠르게 메모하고 살을 붙여 완성하기 시작했다.


잠깐 화제를 바꿔볼까.

이제보니 전력수급 관련 글을 완성을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

글 발행을 안 한 게 다행인가?

메모한 날의 일진전기는 종가와 오늘 종가 차이가 없다.

산일전기는 33%나 올랐고.

사실 너무 과격하고 감정을 실었던 글이라 발행을 안한 것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마무리는 못한 글이다.

효성중공업(39%)과 일진(0%)을 다룬 글이라 ...

그래서 기업이나 섹터 소개는 해도 추천은 하는 게 아니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는 법


세상에는 정말 신중하고 천천히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보면 부럽다.

차근차근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안정감 있어 보인다.


느린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만드는 결과물은 더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다.


중요한 건 각자의 속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빠른 것도 좋고, 느린 것도 좋다.

다만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빠르게 시작해 적당히 끝내는 법을 배우고 있고,

누군가는 천천히 시작해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둘 다 옳다.







혹시 당신도 완벽주의 때문에 끝내지 못한 일이 있나요?

아니면 느린 자신을 자책하고 있나요?


둘 다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끝까지 해보는 것,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완성하고, 느려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스스로 놀랄 날이 올 겁니다.

"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결국 중요한 건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가는 것이라는 걸.


빨라도 좋고, 느려도 좋습니다.

다만 멈추지만 말자고요!




Here With Me

알파시커 드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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