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괜찮지 않은 날도 살아내는 사람

by 알파시커


어른은 누구일까.

나는 늘 이 질문을 품고 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질문이지만, 정작 답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서른이 넘어서도 부모님께 용돈 받을 때가 있다. 사십이 넘어도 진로를 고민하기도 한다. 오십이 넘어도 사랑 앞에서는 설렌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언제부터가 어른일까?

나이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럼 뭘까.






얼마 전 '우리들의 블루스'를 다시 봤다. 참 많이 낯설었던 제주도 사투리. 그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은 다 알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른'을 보여주고 있었 것 같다.

우리들의 블루스 티저 포스터


이병헌이 연기한 철없어 보이던 남자 동석도, 김혜자가 보여준 한없이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 옥동도, 심지어 고등학생 현이조차도. 각 에피소드마다 모든 캐릭터 모두가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어른이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살아내는 중인' 상태라는 걸.






어른은 무너지면서도 버티는 사람

어른이라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흔들린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누군가를 돌봐야 하고, 후배들 앞에서는 든든해 보여야 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주 무너진다. 하지만 무너져도 끝내 다시 일어난다.

왜? '살아내야 한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에.

괜찮지 않은 날에도 출근하고, 표정 관리하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게 가장 어른다운 일이다.

나도 그렇다. 어젯밤 잠을 못 잤어도 아침에 일어난다. 기분이 꽝이어도 동료들에게는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집에 가서야 비로소 하루의 피로를 토해낸다.





어른은 선택의 무게를 아는 사람

아이들은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어른들이 뒤처리해주니까. 하지만 어른은 다르다.

매일의 작은 선택조차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는 부모로서, 회사에서는 동료와 상사로서. 내가 내린 결정이 다른 사람의 하루를 좌우한다.

그래서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완벽한 답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최선의 답을 찾으려고 밤새 고민한다.

어제도 그랬다. 팀원 한 명이 실수를 했는데,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한참을 생각했다. 너무 강하게 말하면 상처받을까 봐, 너무 약하게 말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결국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다. 괜히 말했나 싶었다.

이게 어른의 고민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매일 풀어야 하는 것.





어른은 외로움을 삼키는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외로움이 있다.

약해 보일까 봐, 민폐가 될까 봐, 그냥 혼자 삼키고 넘어간다. 그래서 어른의 얼굴에는 늘 쓸쓸함이 묻어난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직장인들을 보면 그 생각이 든다. 다들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그렇다.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들에게는 "괜찮다"고 말한다. 친구들에게는 "별일 없다"고 답한다. 그러고 나서 혼자 있을 때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다 불행한 건 아니다. 그 외로움조차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재료가 되니까. 혼자 견뎌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긴다.





어른은 결국,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아마 어른의 정의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완벽히 괜찮은 날은 없다. 매일 뭔가 하나씩은 틀어진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날을 견뎌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어른의 힘이고, 어른의 아름다움이다.

어른은 '다 해결한' 사람이 아니다. '계속 해결해나가는' 사람이다.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실수를 해도 다시 시작하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다. 어른인 듯 어른답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어젯밤에도 사소한 일로 화를 냈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기 싫어서 알람을 세 번이나 미뤘다. 점심시간에는 동료의 말에 괜히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적어도 안다. 오늘 내가 흔들려도 내일 다시 일어날 거라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살아낼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다.



우리들의 블루스, 같이 추실까요?

Shall We Dance?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