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구들로부터의 눈부신 안부

by 은달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사실 한정된 기간 동안 모든 친구들을 다 만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고, 이제는 모든 친구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번에 방문할 때는 일부러 많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만난 친구들은 이전에 해외에서 교환학생 시절에 만난 친구들인데, 한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지금까지 끈끈하게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갈 때마다 꼭 만난다.


모국어로 신나게 떠들 소중한 기회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니 일단 반갑다. 내 눈을 마주치고 나를 향해 따스하게 웃어주는 그들의 시선이 고맙다. 해외에서는 잘 지내는지, 고생하지는 않는지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눈빛이 느껴진다. 스위스에 살 때는 이런 관심을 받기 사실 쉽지 않다. 오랜 친구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개인주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인의 삶에 대해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난 이게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해외살이를 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조금은 간섭을 받고 싶었나 보다.


의례적이거나 거북하지 않은, 진심이 담긴 다정한 간섭.


그들이 내 이야기 하나하나에 너무나도 귀를 기울여주고, 나의 관심사를 들어주고, 나를 챙겨주는 모습들이 너무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런 사소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나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인데 나라는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혼자 콘서트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더니 그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겠다며 제목을 물어보는 친구들. 보통은 그냥 그렇구나 하며 넘기지 않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내가 친구들을 잘 둔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 깨달았다. 나는 한국의 친구들을 많이 그리워 했었구나. 그들과 익숙한 거리를 걷고, 익숙한 식당에 가고, 익숙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익숙한 말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리웠구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것들. 해외에 살 때는 느끼기 힘들었던 그런 감정들.


그래서 성인이 되어 해외에서 살아가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나는 다행히도 정말 배려심 깊고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보통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마련이고, 삶의 터전이 많이 달라 서로를 이해하기도 힘들어진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살 때 편하게 친구들을 불러 함께 어울렸던 날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특히 해외에서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가 느껴질 때. 과거에 일어났던 뭔가를 이야기할 때마다 한 번씩 더 설명해 줘야 할 때.


그렇기에, 한국에 왔을 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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