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알게 된 민음사 TV를 보던 중,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라는 책에 대한 독서모임을 진행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영상 속 네 사람은 '외로움' 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말했다.
'사실 저는 매일 외로워요.' 라고.
그 장면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솔직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나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 싶어서 말이다.
어느 날 남자친구와 별 생각 없이 빈둥거리던 중에 갑자기 그 장면이 생각나 그에게 물었다. 네게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언제냐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학교 학사 시절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매(?) 로 공부해왔던 그가 제대로 정신차리고 공부하지 않으면 시험에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였다. 그는 한국의 수많은 학생들과는 정반대로 평화롭고 즐거운 고교시절을 보냈다. 평범한 독일 어느 소도시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 진정한 공부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거의 모든 시험을 다시 쳐야 했다는데, 그것 때문인지 당시에 꽤나 우울했나보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울적한 얼굴을 하던 그는 궁금한 눈빛으로 바꾸어 내게 같은 질문을 해왔다. 너는 언제 제일 외로웠냐고. 그 순간 내 기억에 남았던 대답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말했다. 나는 매일 외롭다고. 그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동그래진 눈으로 내게 해맑게 물었다.
"에엥?? 왜 매일 외로워?"
도리어 너는 매일 외롭지 않느냐 물었더니 자신은 그렇지 않단다. 외로운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 그저 웃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한 끝에 이런 답을 내놓았다.
"그냥...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왔잖아. 너와 내가 경험한 것이 다르고, 그것을 아무리 말로 설명한다고 할지라도 그 날 그 순간의 모든 것까지 전달할 수는 없으니까.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각자가 가진 경험이 무한히 다르고, 서로가 영원히 그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거잖아."
그가 내 말을 이해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는 말했다. 네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라고. 외롭지 않게 지켜줄 거라고.
예쁜 말로 위로해 주는 그가 고마웠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니, 어쩌면 더 외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혼자라면 적어도 외로울 이유가 있으니까.
외로움은 언제나 곁에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의 열띤 토론 속에서 전혀 다른 생각이 들고 말 때.
길을 걷다가 멍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쳐다보며 문득 생경함을 느낄 때.
이곳에서 당연한 문화를 불편해하는 가족을 달래야 할 때.
남자친구의 기대에 찬 얼굴과 그와 반대되는 마음의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아침에 눈을 뜨며, 내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살고 있는지 떠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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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을 품고 나와 맞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야 만다. 결국 나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구나. 오직 나만이 나의 감정을 다스리고,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구나.
그래서 사람은, 소설을 읽는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 세상 누군가는 함께 경험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그것이 조금씩은 다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