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밤 바꾸기, 장렬히 실패
2023년 4월 11일
일기를 쓰기 전에, 오늘은 운동을 다녀와서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정말 일기의 내용에 충실할 것을 미리 말해둔다. 현재 시간은 오전 1시 47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요새 나의 아침이 점점 늦어지고, 취침시간도 덩달아 늦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나는 이참에 아예 날밤을 새고 이른 아침부터 일과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오전 7시까지는 잘 버텼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자고 있었고, 깨어난 시간은 이전보다도 더 늦었다. 장렬한 실패였다.
그래도 하루를 버릴 순 없으니 디스코드 커뮤니티의 오늘의 주제에 맞는 그림도 만들고, 파이썬 강의도 듣고 운동도 했다. 4개월 간의 퀘스트였던 미용실 가기도 완수했다. 머리는 좀 망했지만 그래도 가벼워졌으니 충분하다. 파이썬의 경우 강의 진도율이 현재 60%를 넘었는데 목표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불타오른다.(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항상 그렇듯 이렇게 나를 세뇌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잘 먹힌다.)
냉철한 분석력은 없지만 어찌어찌 계산해 보니 현재의 나는 평균적으로 하루의 5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쓰고 나머지는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 같다. 관점에 따라 생산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일을 하는 1시간을 더하면 6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기력을 충전한다. 예전에는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읽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평균적인 인간이고, 평균적인 인간의 몰입 시간이 5시간이라고 생각하면 4시간만 몰입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새벽 감성으로 생각해 본다.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늦은 시간에 일과를 시작하게 되어 걱정했는데, 되돌아보니 할 건 다해서 조금 놀랐다. 그건 다시 말하면 평소의 내가 시간을 압축해서 사용하지 않고 늘여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시간을 압축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일어나기만 했는데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았어!'란 조바심이었다.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긴장감을 만들어 몰입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던데, 나도 오늘의 기분을 잘 기억해야겠다. 시간이여 압축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