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커다란 변화는 모르겠지만
2023년 4월 14일
오늘은 파이썬 강의 수강률 80%에 도달했다. 강의 완료를 위한 작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갈 때도 있는데 100% 수강해서 평생 소장하면 두고두고 열어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듣고 있다. 오늘도 역시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강의를 듣는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이어서인지 쓸만한 이야기가 따로 없다.
하루를 마치고 일기를 쓰다 보면 '너무 한 일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의 반복이라는 생각에 일기 쓰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위인들이 말하는 것 같은 거창한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아직 일기를 쓴 연식이 적어서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라는 개인이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일기를 쓰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생겼다. 이건 내 하루가 재미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일상이 별로 재미가 없다 보니 일기의 내용을 하루 중에 얻은 깨달음의 파편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채울 때가 많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성향이라 어쩔 때는 일기 자체가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일기 쓰기를 하면서 하루의 마지막 1시간을 글을 쓰며 보내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구체화되거나 정리되는 경험을 느꼈다. 어쩔 때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글을 쓰며 오히려 더 복잡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아직 내가 그 깨달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기를 쓰는 것이 더 익숙해지면 생각 정리도 더 빨라지고 효율적이 되지 않을까? 언제일지 모를 그때가 기대가 된다.
두 번째, 하루에 뭔가를 하려는 미약한 노력을 하게 됐다. 내 일기를 꾸준히 읽어준 사람이라면 눈치채고 있겠지만 나는 인도어 파다. 문제는 인도어 파는 인도어 파인데 극단적으로 침대 위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나와 침대는 거의 한 몸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시간을 로켓처럼 빠르게 흐르고 하루는 눈 깜빡할 새에 사라진다. 그리고 밤이 되면 후회가 몰려온다.
일기를 쓰면서 나의 게으름을 모두 고쳐 새 사람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프로 게으름뱅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후 일기를 쓸 때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움 때문에 모른 척 오늘 하루는 일기 쓰기를 빼먹어 버릴까 생각하지만 꾹 참고 일기를 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느낀 수치심을 더 느끼고 싶지 않아 내일을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말로 다른 일을 할지는 내일의 나만이 알겠지만 일기를 쓰기 때문에 내일을 변화시키고 싶어 졌다는 생각은 오늘의 내가 느낀 깨달음이다.
내일은 오랜만의 보드게임 모임일이다. 거의 하루 종일 보드게임을 하고 밤늦게 들어올 텐데 일기 쓸 여력이 남아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좀 된다. 하지만 즐거움이 보장된 하루기 때문에 내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만약 내일 일찍 일어나게 된다면 모임에 가기 전에 파이썬 인강 일부를 들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 (보고 있지? 내일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