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하며 깨달은 사실
2023년 4월 15일
4월의 절반이 지났다. 일기를 쓰다 보니 하루하루가 예전보다 길게 느껴진다. 아마도 기록을 하면서 하루를 되짚는 시간이 있어서 일 것이다.
오늘은 보드게임 모임에 다녀왔다. 그리고 보드게임 두 판 중 한판을 이겼다! 오예!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클랭크 레거시!: 전리품 주식회사>. <클랭크>라는 게임의 한판 분량의 게임을 총 10판 해서 결판 나는 게임으로, 매 판의 결과에 따라 그 뒤의 룰이 달라진다.(레거시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은 다들 그렇다) 따라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판 밖에 못하는 사악한 게임이기도 하다. 이미 모임의 지인이 그 게임을 가지고 있었고 멤버들이 1/n을 해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
만약 이 게임을 살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보드라이프의 평점들이 다 엄격한 편(?)이지만 그래도 평점이 더 높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낮아서 좀 놀랐다. 일단 <클랭크>라는 게임을 한번 경험해 보고, 그게 재미있었다면 레거시를 사는 편이 좋다. 레거시는 <클랭크>보다 훨씬 재미있지만 일회용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는다
보드게임 모임을 나가다 보니 배운 것이 있다. 게임은 하면 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때 오버워치를 열심히 했지만 실력이 정말 늘지 않는 편이었다. 열심히 해도 잘 안될 때가 많았지만 친구와 함께 할 때는 함께 하는 재미 때문인지 게임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친구가 바빠지면서 혼자 게임을 하다 보니 흥미를 잃고 금세 그만하게 되었다. 친구와 함께 할 때는 잠시 잊고 있던 '나는 게임을 못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쿡 박여있어서 나중에는 중압감이 재미를 이겨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매칭되던 사람들도 그때의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실력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며 답답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이상한 타이밍에 기술을 쓰는 다른 이들을 보며 이래서 심해라고 하는 건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을 삼켰으니까. 그때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 누가 아직도 계속 오버워치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계속한 이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그 게임을 잘할 것이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계속하면 는다. <클랭크!: 레거시 - 전리품 주식회사>를 하면서 승리를 할 때면 나는 '무엇이든 계속하면 는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게임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기 때문에 더욱 체감이 된다. 무엇이든 계속하는 것이 그것을 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게임의 요령을 배우는 것처럼 인생의 요령을 배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역행자>의 저자 자청이 주장한 것처럼 인생도 게임같이 공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 말에 대해선 내가 해보지 않은 방법이라 확언할 수 없다. 내가 보드게임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무엇이든 계속하면 는다는 사실. 그리고 계속하기 위해선 과한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계속하기 위해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즐거움을 지켜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매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하기, 부담 없이 하기, 지인과 같이 하기. 계속 말해서 나에게 세뇌를 시키려는 목적이다. 일기를 쓰기 전 보다 꽤 많이 세뇌된 것 같다.
오늘 모임에 나가서 15, 16일 파주슈필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파주가 멀어서 내일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커피러시>라는 새로운 게임을 저렴하게 팔고 있다는데 너무 탐나긴 한다.
오프라인 행사는 안 가봤는데 이렇게 쉴 때가 아니면 못 가 볼 것 같고, 그런데 인터넷 강의 종강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 할 게 많아 너무 고민된다. 즐거운(?) 고민이다. 자면서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