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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pr 25. 2023

과거의 졸작을 다시 꺼내보기

계속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2023년 4월 24일

어제는 말도 안 되게 늦은 시간에 일기를 완성했다. 취침시간이 늦었더니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지를 못했다. 일기를 쓰는 시간이 미뤄지면 취침시간도 미뤄지기에 오늘은 일찍 노트북 전원을 켜 보았다. 


글쓰기를 계속하자고 마음을 먹고 예전에 썼던 작업물들을 찾아보았다. 분명히 저장해 둔 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에 생각지도 못한 상태로 들어있어서 조만간 클라우드의 폴더 정리를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시금 본 예전의 결과물은 정말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중 2 때의 흑역사를 발굴한 것처럼 보는 순간 심장이 꽉 조여들고 소름이 우수수 돋아서 나도 모르게 노트북 뚜껑을 덮고 말았다 ㅋㅋㅋ 아나.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바라고 자신의 단점을 가진 타인을 꺼린다고 하는데 내가 써 놓은 습작의 꼴을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 말 같다. 나도 창작물을 볼 때의 기준이 있는데,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창작물들과 내가 써 놓은 이야기를 보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결국 나는 내 단점이 도드라지는 다른 창작물을 유난히 싫어했던 것이다. 내가 써 놓은 습작들을 보면 줄거리는 재미있는데 막상 자세한 결과물을 보면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캐릭터들은 평면적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대사가 형편없다. 대사는 정보를 전달하기도 캐릭터를 보여주는 창문이기도 한데, 내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을 보면 한 사람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드리워져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이유는 결국 관찰 부족과 타인에 대한 관심 결여다. 남에게 별 관심이 없고 나에게만 관심이 있으니 인물을 만들어 낼 소스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외부 세계의 자극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사람이 글을 쓰니 이야기 속의 세계 마저도 폐쇄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한다곤 하지만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한정된 분량에서는 캐릭터의 두드러지는 부분만을 제한적으로 습득하게 되기 쉽다. 그렇게 얻은 빈약한 정보와 내가 아는 지식만으로 캐릭터를 조형하니 항상 정형화된 인물에 뻔한 대사가 나오는 거다.


결국 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게 단기간에 극복되진 않을 것이고, 수정한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계속해야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면하고 덮어버리면, 영영 실력은 늘지 않으니까. 잘하고 싶은 일을 형편없는 상태로 지속하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힘들어도 계속하지 않으면 그것을 잘하게 되는 일은 평생 일어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예전의 결과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이런 일기를 쓰게 되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잘 집중이 되지도 않고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아서 작업실 같은 곳을 알아볼까 고민 중이다. 나는 나의 자유 의지를 솔직히 믿지 않는다. 나는 공부하는 분위기에서는 공부하고, 노는 분위기에서는 놀고, 무한한 자유를 주면 침대에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약간의 강제성과 환경 조성이 필요한데 유료 작업실을 사용하는 게 그런 '강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생각일 뿐이지만 주변의 작업실을 좀 알아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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