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가의 사색11(작성: 2023.4.23.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살면서 사람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고 좋아하는 단어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우선순위다. 우선순위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선순위가 내 삶을 내 삶답게, 즉 주인공처럼 살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담자 C는 자신이 다니던 직장이 뭔지 모르게 아쉬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저 월급을 주니까, 안정적인 직장이어서 다니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정말 이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 또한 생겨났다.
나는 그에게 어떤 삶을 꿈꾸는 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성장과 배움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C는 현재의 직장에서 성장과 배움이 있다기보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이 배웠던 지식을 써먹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직장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회사의 대표가 자신을 믿어주고 있고, 좋은 피드백도 많이 해주었다. 월급 또한 다른 또래들에 비해 꽤나 잘 받는 편이었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나쁘지 않았다. 각자의 맡은 파트가 독립적이고 다르긴 했지만, 서로의 일에 대해서 존중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동료들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그는 배움과 성장 이외에 함께 하는 동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에서는 이 두 가지가 채워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니 만족할 만한 월급도, 대표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독립적인 업무 특성도 그다지 그에게 큰 만족감으로 다가오지는 못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워할 직장이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선순위를 떠올렸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자기 성장의 기회가 아니었을까?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자기답게 살게 해주고 스스로 만족하는 환경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욕망하고 바란다. 그리고 이것을 다 이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어떨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거나 갖지 못 하는 때가 있다. 때론 원하는 바가 서로 충돌을 일으켜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우리는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삶에서 중요시하거나 결코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하거나 넘겨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큼은 내가 최우선시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넘겨줘 버리거나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려놓는다면, 결코 그 삶은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아닐 것이다. 나다운 것을 잃었는데, 어떻게 내 삶의 주인공일 수 있겠는가.
오늘도 나는 한 번 씩 내가 원하는 삶, 내가 꿈꾸는 삶을 그려보며, 나답게 살게 하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