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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펫로스 모임을 준비하며 진실된 나를 본다

심리상담가의 사색5(작성: 2023.1.29.)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bto16180, 출처 Unsplash


다음달 2월에 실시하는 펫로스 모임을 이번에 준비했다. 우리 가족이 겪은 일들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겪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 아파하고 회복해보고자 온라인으로 자조모임을 기획한 터였다. 온라인으로 준비한 것이라 모집은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글을 잘 못 썼나?', '모임 하는 시간대가 너무 별로인가?', '비용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운가?', '내가 이 모임을 주변에 많이 알리지 못 한 건가?', '펫로스를 경험하는 사람이 실제로 적은가?' 등등 기대와 다른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느라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기대했던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마음이 참 쓰라리다. 계속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기적이 일어나서 일이 성사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싶다. 무엇 때문에 내 마음은 이토록 쓰라리면서 발버둥을 치고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본다.

나는 능력 있고, 원하는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나는 이 정도로 잘 났으니까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남들이 우러러 볼만큼 대단한 사람이고 싶다. 다들 잘 났음을 뽐내는 세상 속에서 나 또한 당신보다 나은 존재임을 뽐내고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여기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래야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래야만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게 될 것만 같다고만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 것 같다. 점점 더욱 더 집착하게 되고 절대적인 기준이 되면서 내가 스스로를 옭아매게 된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은 어김없이 내 삶에 찾아온다.

실패를 마주하는 순간이나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순간, 나는 내면에 있던 완전하고 전능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조각 조각나기 시작한다.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는 것, 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는 것, 과하게 포장되었던 거대한 자기상은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솔직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그토록이나 쓰라리고 아프다. 


그렇지만 진실을 마주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 더 선명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 또한 나는 자유로워진다. 

내가 모든 일에 있어서 뛰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내가 항상 최고이고 인정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 등 나를 억누르고 밀어붙이고 있었던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얘기해볼 수는 있으니까.

"괜찮아, 얘야. 항상 잘 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괜찮아. 

그리고 그거 아니?

이래도 나는 살아갈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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