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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옳음과 친절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

심리상담가의 사색7(작성: 2023.2.26.)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ankumpan, 출처 Unsplash


얼마 전 오랜 만에 영화를 한 편 봤다.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영화 'Wonder(원더)'를 선택했다. 

영화는 매력적인 아이 '어기'가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 태어나서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주저하다가, 헬멧을 벗고 점차 세상에서 빛을 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대사 하나 하나가 와 닿는 게 정말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에게 와 닿았던 대사가 한 가지 있었다.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and being kind, choose kind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어기의 담임 선생님이 알려준 것인데, 이 대사를 접하자마자, 정말 마음속으로 '그렇지, 그렇지'하며 들었다.

왜 그랬을까?


상담에서 내담자 A는 매일 계획을 세워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을 하루 안에 해내지 못 하면, 자신을 게으르고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는 실제로 하루의 계획을 모두 실천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로 계획을 실천하고 있지도 못 했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해보려고 하면서 자신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의 내면에는 계획을 세워 이를 열심히 실천하며 사는 것이 옳다는 내면의 비판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비판자는 항상 A를 살펴보면서 그가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살폈다. 잘 하고 있을 때는 아무 말 없이 잘 넘어가다, A가 계획을 실천하지 않거나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어김없이 나타나 A를 향해 엄청난 비난을 해댔다.


넌 게으른 인간이야. 구제불능이지.
너는 쓸모없어.
사람들은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 때마다 A는 실제로 정말 자신이 게으르고 쓸모없이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너무 괴롭고 죽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이로 인해 그는 때때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실제로 자살 시도까지 계획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비판자는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내면의 비판자는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에 물러남이 없었다. 이로 인해 A가 실제로 스스로를 죽여가고 있는 데도 말이다. 옳음의 기준이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는 터였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열심히 계획을 세워 놓고 살아야 좋은 인간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눈앞에서 괴로워하고 고통으로 죽어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자신이 옳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친절과 따뜻함으로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상담 시간 내내 그의 고통과 함께 하고자 노력했다. 때로 내면의 비판자가 다시 나타나면, 그를 잠시 쉬도록 하고 계속해서 아파하는 자기를 느끼도록 했다. 동시에 그가 스스로를 친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현재 고통을 직시하되, 그것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내담자가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닌지,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데 상담사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곤 한다. 그의 질문 속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담사는 쉽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정답이 있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담가는 심판자가 아니다. 그 문제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친절의 태도를 갖고, 내 눈 앞에 있는 내담자가 진정한 자기를 돌아보게 하고, 따뜻한 태도로 스스로를 품어주도록 하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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