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가의 사색8(작성: 2023.3.12.)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얼마 전, 지인의 제안으로 함께 어떤 집회에 다녀왔다. 숲이 밀리는 것을 막아보고자 사람이 모이는 자리였다. 나는 그다지 환경보호나 집회에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었으나, 한편으로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지 궁금하여 같이 참여해 보았다.
행사가 다 끝나고, 한 연사가 오늘 집회와 다음 모임에 대해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한 마디를 하였다.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 편이 찔리면서 동시에 크게 울림이 느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한마디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는 걸 알았으나, 유명한 철학자의 명언을 인용한다는 것을 몰랐던 당시에도 그 말 자체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나는 대체로 삶을 조심스럽게 안전 지향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바로 실행에 옮기기 보다는 다소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새로운 문물을 빨리 접하는 얼리 어댑터들을 보면 다소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들이 너무 충동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대로 나는 충분히 이성적이고, 최대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황을 판단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다보니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 하고 생각에서 끝나는 일들도 많았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도 생겨났고, 안전이 중요하다보니 새로운 도전들을 해보지 못 하고, 비슷한 영역 내에서만 계속해서 지내며 확장이 제한되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고민 와중에, 그의 한마디는 내 내면을 콕 찌르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또한 정확하게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하지만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따를 수 있는 실패와 좌절이 두려운 나머지, 나는 행동하지 않았다. 위험을 피하고만 한 나머지, 제자리에 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니체의 이야기대로,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고 변화 또한 이루어질 수 없다. 한 개인의 성장도 거기서 멈출 뿐이다. 나는 좀 더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새로운 도전과 시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것이 위험한 것만은 아니고, 새로움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기대감도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새롭게 도전했던 펫로스 자조모임도 그러했고, 지금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무언가도 위협감 이면에 기대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융이 이야기한 인간 성숙이 대극의 통합이라면, 나의 모습도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것이 위험할 것이라고만 반응하지 않고, 호기심과 설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물론 나의 기질적 특성과 습관적 반응을 100%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아울러 환경적인 영향으로 나의 모습이 더 강화되었을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어떠하든 간에 나는 좀 더 의식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방향은 희망과 가능성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