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3회기 리뷰
생일날 저녁에 3회기 코칭을 했다. 작년에는 생일에 필라테스 수업을 하러 갔는데 연달아 두 해 동안 생일에 가장 관심있고 흥미로운 걸 했다. 운도 좋지.
1) 코칭 대학원 석사 과정 찾아보기
2) 갤럽 강점검사 34개 알아보기
3회기 전까지 해야 하는 과제는 이번에도 2개였다.
과제에 대한 자세한 포스팅은 여기로!
1번 과제를 시간이 없어 잘 못했다는 말씀을 드리니 바로 이해해주셨다. 설 연휴를 끼고 다음 코칭 시간이 찾아와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한 것처럼 진실은 그게 아니었답니다. 흑흑.
2번 과제를 위해 나머지 강점을 읽으니 어땠는지 물어봐주셨다. 저번 회기 때 나의 34번째 강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막상 레포트를 열어보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뭔지 직면해야 하니까.
내가 제일 쓰지 못하는 34번째 강점은 ‘적응(Adaptability)’였다. 설명을 읽어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면모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이건 내가 인지하고 있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별 충격없이 납득이 갔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34번째 강점이 잘 발휘되지 않는다기보다 내가 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셨다. 또 한 가지 희망적인 말을 더해주셨는데, 4개 영역에 강점이 고루 걸쳐 있는 걸 보면 내가 ‘균형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실행력’ 영역에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실망했는데, 그렇게 바라볼 것이 아니었다. 어떤 영역에는 강점이 하나도 안 나오는 사람도 있다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제가 코치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살펴보면서 레포트를 읽었어요.
상위 강점 5개를 검사할 때만 해도 심리테스트 결과를 보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었다. 이번 업그레이드 레포트는 코치가 되려는 목표가 생긴 다음에 보는 거라 읽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코치야.’와 ‘그래, 역시 나는 코치를 하기 위해 태어났어.’가 아주 어깨 위 천사와 악마처럼 치고 박고 싸웠다.
선생님은 이번에도 내 걱정을 달래주면서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제안을 한번 더 해주셨다. 코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블로그에 써보라고 적극 권장하셨다. 코칭을 꼭 대학원까지 가서 배우지 않아도 되고, 입문 과정을 처음에 듣기 시작했다가 차차 레벨 업을 해도 된다는 정보도 알려주셨다. 한국코치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과 코칭국제자격증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자기가 너무 말을 많이 한다며 우려하시면서도 내가 코칭에 관심이 있다 하니 종종 이런 정보를 알려주시는데 나는 좋다. 막연하게 “좋은 코치가 당연히 될 수 있어요.”라는 응원보다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코치가 되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도움이기 때문이다.
왜 코치가 되고 싶은지 명확해야 돼요.
가장 두려워하는 주제가 나왔다. 나는 왜 코치가 되고 싶은가. 개인적인 성취만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절대 아니고 만나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두려울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내 강점 해설을 보면 나는 아주 독립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코칭을 해도 되나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왜 독립성이 코칭에 해로울거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물어보셨다.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연결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코치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독립적인 성향의 내가 그걸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1) ‘개별화’ 강점을 갖고 있으면 코칭을 할 때 어떤 도움이 될 지
2) ‘개별화’ 강점이 없는 코치는 어떨지
이 두 가지를 더 물어보셨다. 개별화가 코칭에 있으면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한 답은 ‘고객 개개인을 독립적인 개체로 인식하는 데 수월해서 객관적으로 고객이 가진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기 수월할 것 같다’고 했다.(방금 미용하고 나온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 대답했다.) 반면에 ‘개별화’ 강점이 없는 코치는… 기술적으로 개별화하는 방법을 배우면 강점으로 갖고 있지 않아도 상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코치로서의 역량에 대해 이번 시간에 대화하고 싶은 건가요?
선생님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셨다. 1회차 때 코칭 주제를 정할 때만큼이나 머리가 핑핑 돌았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고민을 하다가 “그건 아니구요, 지금 직업에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일을 하고는 싶은데 그 선택이 안전한 게 맞는지 계속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라고 말씀드렸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고 아주 안정적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그러자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나에게 ‘성공’은 무엇이냐고.
명성…이요. 제 말에 힘이 생기는 거요.
“저는 말을 허투루 하지 않을 거거든요. 제가 어떤 말을 했을 때는 그 말을 하기까지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고 물어봐서 이 말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일 거에요. 그래서 제 말에 힘이 생긴다는 건 제가 밀도 있게 촘촘하게 잘 살았다는 걸 의미해요.”
내가 말하고도 놀랐다. 말에 힘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스스로에게 성공을 의미한다는 것은 진즉 정의를 내려놓은 부분인데, 그보다 더 나아간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답은 계속 못 찾던 중이었다. 나는 밀도 있고 촘촘하게 살고 싶었구나.
덧붙인 말이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본인이 하는 것에 비해 페이도 많이 받고 사회적 인정도 많이 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사람한테 일을 맡길 바에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더 나아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의 결과물이 더 조명받는 이유는 그자가 말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선생님은 내 성공의 의미와 추구하는 바를 들으시고는 내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매일 민원인들을 대하다 보니 ‘나는 저 사람을 모르는데 저 사람은 나에게 내가 모르는 걸 요구할 수도 있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커졌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은 많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애가 0에 가깝다고 했다.
선생님은 연예인이나 작품을 낸 작가들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해주셨다. 이 두려움은 내가 받아들이고 관계 형성 방식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짚어주셨다. 어렵게 느껴졌다.
내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면
도와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이 정도로 고맙다고?’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입 밖으로 내뱉은 말에 대해 굉장한 무게와 책임을 느끼는 스타일이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조심스러울 뿐”일 수 있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 정말 정말 도움이 된 게 아니라면 도와주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버리고, ‘나를 위한 거 아냐?’ 혹은 ‘이 정도로 고마워한다고?’ 라고 내 도움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패턴을 짐작해서 말씀해주셨다. 선생님 혹시 제 머릿속에 들어와 계신가요. 너무 너무 나는 그런 사람이다.
“정작 상대는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할 거에요.”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대화가 이쯤되니 나는 내게서 어떤 도움을 받은 상대가 “고맙다”고 하면 머릿속에 “MISSION COMPLETE” 라는 문구를 떠올리고 상대가 전하는 고마움의 감정까지 잘 받아들이지는 못한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촉촉한 초코칩이 나보다 촉촉할 것 같다. 팍팍한 내 인생.
성취, 책임, 최상화, 심사숙고, 분석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0% 스스로에게 만족스럽기가 쉽지 않다면서, 자기 검열이 너무 강하면 힘드니까 이 강점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3회기 코칭이 끝났다. 내 고민과 스트레스의 핵심을 후벼파는 시간이었다. 3회기 어땠냐고 물어보시는 질문에 “머릿속으로만 하던 고민이 입밖으로 꺼내니까 실체가 생기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조금 후련하기도 하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대체 4회기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갈지 상상할 엄두도 안 난다.
그 와중에 과제를 정했다. 성공을 위한 실천 방법으로 무얼 하면 좋겠냐고 물어봐주셨다.
1) 블로그 글 쓰기
2) 코칭 교육과정 찾아보기
후, 4회기 잘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