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1회기 과제하기
코치 선생님 말씀처럼 1회기를 하고 2회기를 하기까지의 일주일도 모두 코칭에 포함되는 시간이었다. 코칭을 하지 않을 때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1회기 코칭이 끝날 때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 때문에 선생님과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더 의식됐다.
코칭 1회차 과제는 2개였다.
1) 갤럽 강점검사 top5 강점 레포트에서 공감가는 문장 표시해오기
2)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찾기
1. 개별화(individualization)
2. 체계(discipline)
3. 집중(focus)
4.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5. 책임(responsibility)
나의 상위 5가지 강점들이다. 레포트를 보고 든 생각들은 다른 글에 정리해두었다.
선생님이 서식을 정해주시지는 않았지만 코칭 시간에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적절히 활용하려면 벤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하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도 틈틈이 동그라미 안에 어떤 걸 적어넣을 수 있을지 고민한 덕분에 내용을 채워넣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일은 계획 세우기, 극본 읽기, 운동하기, 에세이 읽기, 좋은 드라마 보기, 소통하기, 맛있는 빵 먹기, 루틴 지키기로 8개를 적었다. 확실히 작년에 여러 가지 심리 검사를 많이 해보면서 내 스타일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 (유사과학이라고 놀림받는 mbti 결과도 나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다)
예전 같았으면 멀리 가서 맛있는 빵 사오기 같은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서도 좋아하는 거라고 소리내서 말도 안 했을 거다. 효율, 영양가 있는 일, 성공하는 방법과 그렇게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뤄내고 싶은 성공이 뭐였냐고 물으면 사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를 형체없는 성공을 향해서 내달리느라 호빵호빵을 못했다.(빵을 빵이라 하고 빵을 좋아하지 못했다는 뜻)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빵으로 올리브가 많이 박힌 치아바타, 연유가 잔뜩 들어간 모카 크림빵, 우유크림 도너츠 등등을 곧바로 꼽을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다. 노티드보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우유크림 도너츠 분야에 있어서는 더 입맛에 맞다는 소신 발언도 가능하다.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더 좋다. 드라마 내용보다도 배우들이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대사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걸 카메라가 어떻게 담아냈는지를 관찰하는 과정이 너무 좋다. 나중에는 연기를 배워볼 참이라서 나라면 저 대사를 어떻게 해낼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필라테스와 자전거가 좋아하는 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20년도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홈트를 시작했는데, 집에서 매번 비슷한 동작만 하다보면 물리니까 다른 걸 찾다가 알게 된 액티비티들이다. 그러고보니 나 3년째 꾸준히 운동하고 있네. 운동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래 내가 못하는 거라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렇게 잘해낸다는 ‘효능감’과 ‘성취’를 주기 때문이다.
잘 하는 일에는 어른들 입맛에 맞게 행동/응대/의전하기, 오래 버티기(힘든 운동, 짜증나는 사람 등), 남 도와주기, 생각하기(ex. 저 사람은 왜 저랬을까…) 총 4개를 적었다. 확실히 ‘좋아하는 일 적기’를 할 때보다 마음에 뜨거운 것이 식는 느낌이 있었다.
싫다기보다는 조금 더 냉정하게 추려내는 나를 발견했다. 내 기준에서 정말 정말 잘 하는 일인지 꼼꼼히 따졌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참 잘한다’(?)는 말을 연령대 높은 상사들에게 자주 듣는 걸 보면 어른들에게 잘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운동을 할 때 힘든 동작도 자세는 엉망일지라도 일단 버티고 해보는 편이고, 짜증나는 사람(직장동료라던지 직장동료라던지 직장동료)을 대할 때는 롤플레잉으로 내담자 실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힘든 내색않고 버틴 적도 많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많은 부분이 직업인으로서의 내 모습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내게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그 방향으로 생각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인 것 같다.
공통 부분에는 남들 앞에서 말하기, 문서 작업, 새로운 공부 시작하기 총 3가지를 적었다. 이 부분을 적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다만 작년에 이 벤다이어그램을 그렸다면 1년 사이에 ‘새로운 공부 시작하기’가 추가됐고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위에 적은 것처럼 실체없는 성공을 향해 허우적거리느라 시야를 확장하는 새로운 공부보다는 당장 더 있어보이는 걸 추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적다보니 좀 안쓰럽다.
어릴 때부터 발표를 하거나 남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받다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습하게 됐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눈여겨 보는 편이다. 요즘은 단순히 발성이 좋은 사람들 말고 표현이 재치있고 말하는 걸 자꾸 듣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발표하기나 문서 작업 모두 내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잘 만들어진 공문서나 ppt 를 보면 그렇게 부럽다. 어쩜 이렇게 어르신(aka 상사)들도 좋아하고 젊은이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잘 만들었나 싶다. 작품이다 싶은 방침서를 보면 나중에 참고하려고 따로 저장도 해둔다. 아쉽게도 공무원 조직은 ppt를 만들 일은 잘 없기 때문에 한글에 더 집착하게 됐다. (나도 한때는 한글을 극혐하는 대학생이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말고도 ‘새로운 것 배워보기’라거나 ‘공부하기’라고 쓸 수도 있었지만 굳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 라고 적은 이유가 있다. 시작을 잘 하는거지 끝맺음까지 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적은 거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미라클 모닝을 잠시 했고 유튜브를 운영하겠다고 사진과 영상 편집 클래스 101 수업을 끊기도 했다. 열정이 한 달을 못 가 식었지만… 요즘 내 공부거리는 코칭이다. 코칭만큼은 식히지 않고 꼭 결실을 맺을거다.
갤럽 강점검사는 한 5년 정도 후에 한번 더 해보고 싶다. 그때는 코치가 되어 있으려나? 갤럽 강점검사 레포트 안에 강점별 설명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온다던데, 같은 사람이 검사를 다시 했을 때 시기에 따라 강점은 같은 게 나오더라도 세부 해설이 다르게 나올 것 같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도 한번씩 업데이트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하게, 많은 걸 적으려고 하기보다 좋아하는 걸 얼만큼 좋아할 수 있는지 기록해보는 방향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