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제나 온(ON) 일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일상 속에서 '거리두기'라는 말이 자주 쓰이곤 한다.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만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다. 최근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자신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자신과의 거리두기를 조금 더 재밌고 솔직하게 풀어낸 프로그램이 바로 '온 앤 오프'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이 일을 하고 있을 때와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있을 때의 모습을 비교 대조하면서 그 차이에 집중한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당연히 일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하는 이유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친구들 만날 때, 데이트를 할 때, 면접을 보러 갈 때, 집 앞 슈퍼를 갈 때 등 제각기 다른 모습니다. 친구를 만날 땐 화장을 하고 한 껏 꾸밀 수도 있고, 집 앞 슈퍼에 갈 땐 맨 얼굴에 잠옷 차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리도 사회적 관계 속 자신과 거리두기를 하며 삶을 산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거리두기'란 키워드를 잘 활용한 관찰 예능이라는 점이다. 짜인 대본, 연출된 상황에 맞춰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루해진 시청자들은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관찰 예능에 더 재미를 느꼈다. 지금도 여러 관찰 예능이 있을 만큼 트렌드지만, 온 앤 오프는 관찰 예능의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그 재미는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온(ON) 일 때와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OFF) 일 때의 간격 차이에 있다. 화려한 조명 밑에서 일하는 연예인들이 쉴 때는 자연 속에서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던가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 성시경이 발라드를 부를 때와 집에서 혼자 요리해서 음식을 먼저는 쓸쓸해 보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그동안 보지 못 했던 반전의 재미를 준다.
온 앤 오프는 <나 혼자 산다>와 다르다. <나 혼자 산다>도 홀로 사는 연예인들의 하루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다. 두 프로그램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 연예인이 무엇을 하는지를 본다. <나 혼자 산다>는 쉬는 날 집에서 연예인이 무엇을 먹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예인들마다 집 안 생활이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특별하게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온 앤 오프는 연예인의 쉴 때 집에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하는 직업적으로 연예인의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음악 작업을 하는 가수의 모습이나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온일 때와 오프일 때에 확연한 차이를 준다. 온일 때 오프일 때 모두 한 사람의 모습이다. 연예인으로서 일할 때는 카리스마 있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민낯에 편안한 옷 차람의 모습이라고 해서 서로 다른 사람이라 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온(ON) 일 수 없다. 때로는 남들에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남들은 모르는 온전한 내 모습도 모두 나다.
온 앤 오프는 사적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한 사람에 대한 집중 탐구가 가능하다. 000은 ----을 할 때 ------을 한다는 식의 3칭으로 나오는 자막들도 모두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다.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장르인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결합시킨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다. 한 사람의 일상을 꾸준히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특성상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것 같지만 예능이라는 적절한 재미요소가 곁들여져 그 사람의 일상에 한 층 더 다가가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