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창작 그 애매한 경계
창작은 창조와 다르다. 창작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변주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예능 프로그램은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를 빠르게 선보인다. 인기 있는 소재와 포맷이 프로그램 제작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한다. 예능 피디는 현재의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새롭게 변주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인기 프로그램의 소재와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 ‘베꼈다’는 문제가 생긴다. 예능 프로그램의 표절은 기준과 경계에 모호하다. 소재와 아이디어의 배타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고 포맷에 대한 저작권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소재와 콘셉트, 포맷과 진행방식이 유사성을 띨 때 ‘베꼈다’고 느낀다.
최근 트로트 열풍을 통해 표절과 모방 사이의 경계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미스. 미스터 트롯’과 ‘놀면 뭐하니-뽕 포유’를 표절이라고 말하는 시청자는 없다. 트로트라는 소재만 공유할 뿐 포맷과 진행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MBN의 ‘보이스 트롯’은 소재, 포맷, 진행방식이 모두 유사하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 그렇고 '트로트 퀸'도 그렇다. 트로트와 경연, 오디션의 결합은 이제는 신선하지 않다. 시청자에게는 모두가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일부 출연자가 겹치기는 하지만 SBS의 ‘트롯 신이 떴다’는 표절보다는 모방, 변주에 가깝다. 트로트라는 소재로 무대를 진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연보다는 버스킹의 형태를 취하며 포맷과 진행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트로트의 세계화라는 기획 의도의 차별성도 가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어느 한 소재와 포맷이 인기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 시청자들은 식상하고 지루하다고 느낀다. 예능 피디들이 인기 있는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변주를 통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피디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인기 있는 소재라면 색다른 포맷과 진행방식으로, 흔한 구성이라면 비주류 소재를 통해 변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한 소재와 포맷, 콘셉트 등은 아류작이라는 인상을 남기며 경쟁력을 잃기 쉽다. 변주 없는 표절은 성공 전략이 될 수 없다.
tvN ‘온 앤 오프’는 변주를 통해 성공한 사례다. 연예인의 일상을 다루는 관찰 예능이라는 점에서 소재와 콘셉트가 MBC ‘나 혼자 산다’와 일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진행 방식에서 두 프로그램은 완전한 차이를 보인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의 일상을 다루기는 하지만 주로 집 안에서 혼자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출연자가 바뀌어도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온 앤 오프’는 연예인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다루기는 하지만 연예인으로서의 모습과, ‘사회적 나’와 거리를 둔 실제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사적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며 관찰 예능에서 카메라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소재와 콘셉트를 다루더라도 진행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 이런 차별성이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전략이다.
예능 피디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차별성을 줄 수 있는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능 피디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