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화목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라오면서 결혼은 으레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애할 때보다 스킨십이 줄어들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도 표현하지 않지만 아는 것, 반찬 뚜껑만 열어 밥상 위에 올려놓아도 같이 밥 먹는 식구(食口)가 되어 가는 것, 서로 간에 자연스레 거리를 두는 게 살아가는 데 좀 더 편함을 가져다주는 것도. 왠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말투나 행동에 묻어 나오는 것.
모두 결혼은 연애 때의 낭만은 지우고 현실로 덮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릴 땐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 싶었지만, 이십 대 중반인 지금 결혼은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지고, 아직까지 결혼은 생각조차 없다. 연애는 필수여도 결혼은 선택인 세상이니까.
<1호가 될 순 없어>는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다행히(?) 아직까지 이혼한 부부가 없는 개그맨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정말 결혼을 해야 할까, 결혼은 정말 현실인 걸까 싶다.
이혼한 부부가 없는 개그맨 부부들이 출연하지만 가끔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이혼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때론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이 일상 자체를 코미디로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이혼 사유가 많아 보여도 부부의 일은 부부만 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 부부들의 모습은 이혼을 해야만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결국을 사랑해서라는 듯한 뉘앙스로 포장한다. 임신한 아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이름을 몰라도,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도, 이미 원죄를 가진 사람이라도 그동안 그들이 함께해 온 세월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기다리고 용서한 모습을 나열한다. 무엇보다 변해야 할 남편들에 초점을 맞추고 남편들이 변하는 과정, 나름의 성장 스토리를 보여준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이 대부분 결혼한 남성들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결혼을 멀리하게 한다. 미혼 여성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지독히도 현실과 밀접한 결혼 생활을 굳이 왜 해야만 하는가에 의문을 갖는다. 결혼과 동시에 변해가는 남성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까지 결혼을 결심하는 여자도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수많은 1호 부부들이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모습과 비슷한 이유로 탄생하고 있다. 여성들은 대부분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고, 육아뿐 아니라 웬만한 집안일도 감당하고 있다. 남성들도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이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남편들은 여전히 육아, 요리 빨래 등 집안일에서 멀어져 있다.
개그맨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고, 그들이 이혼하지 않고 사는 이유를 조명한다 하고 있지만, 왜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찰은 보이지 않는다. 남의 편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보단 결혼 생활의 차이점이 더 돋보인다. 결혼한 부부의 '동상이몽'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결혼이 현실이라면, 그들처럼 일상이 코미디인지 코미디가 일상인지 모를 정도로 유쾌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아무리 리얼한 일상을 보여준다 해도 카메라 밖 그들의 삶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개그맨 부부들 사이에서 유독 1호가 나오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쌓인 정(情)도 정情)이기에 결혼에 너무 낭만을 그리는 것보다 마주한 현실을 받아들여 유쾌하게 사는 것도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이지 않을까. 너무 쉽게 1호가 되지 않는 것도 이혼율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