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우연이지만
이별은 누군가의 선택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인생의 진리였는데, 헤어졌지만 다시 볼 수 있도 있는 관계가 이혼한 사이였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지난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가상으로 결혼한 콘셉트는 봤어도 실제로 이혼한 부부들이 다시 만나는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각종 관찰 예능, 리얼리티 예능이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리얼의 끝이 이 프로그램인 듯했고, 이제 예능에서 못 할 건 없어 보였다.
이혼.
어렸을 땐 이혼은 연애처럼 서로 남이 되는 거였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보지 않는 사이가 되는 거였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이혼을 하고 서로 가족이 아닌 남이 되어 버렸지만,
이혼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부모의 역할을 놓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혼했던 부부가 다시 만나 한 공간에서 며칠을 지내는 것을 관찰하는데, 관찰 예능이지만 마치 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웬만한 영화 한 편 정도 하는 2시간 정도 되는 긴 분량 덕에 그들의 속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상처를 되짚어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더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이혼이든, 자식이 있는 한 완전히 남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남보다 못한 남이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혼보다 어려운 건 이혼이었고, 이혼은 끝내는 게 더 어려웠다.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집안끼리의 만남이라는 결혼의 족쇄 때문인지 헤어지는 게 시작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자 선택했던 결혼이 왜 그렇게 그들을 아프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상처 받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게 어려운 일인 걸까. 미혼인 나에게 결혼도, 이혼도 무서운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혼은 흠이 아니다. 숨겨야 할 이유도 없다. 더 불행해지지 않으려 이혼을 택한다 해도 죄가 아니다. 그들 각자의 사정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 2차 가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동안 말 못 하고 감춰 두었던 속 마음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이혼한 부부에 색안경을 끼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끝난 사이라 해도 과거 내 남편, 아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인지를 기억하는 것을 보면, 누구보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라 이혼한 사이라는 게 더 안타까웠다. 이혼으로 인해 어쩔 수없이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에 안쓰럽기도 했다. 때론 이혼이 최악을 피하는 최선을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움을 보여준 것이다. 부부가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은 자주 다뤄졌지만 이혼에 관해서는 한 번도 다뤄진 적 없었다. 굳이 숨겨야 할 내용은 아니었지만 부정적인 선입견을 내 보이는 내용들은 방송으로 드러내기 꺼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이혼한 싱글 부부들에게도, 미혼자도 기혼자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중장년 층 출연자들과 청년층 출연자들로 나눠진 모습들도 세대 별로 이혼에 대한 접근과 태도의 차이를 알게 했다.
어쩌면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지독한 현실에 가까웠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랑을 미완성을 남기고 싶게 했고,
사랑을 끝내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눈물을 흘렸지만, 타인의 과거와 지난 상처에 소금을 뿌릴 이유는 없다. 그저 같이 눈물을 흘려주는 게 그들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응원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