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짠 떡볶이를 먹고 나서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걸 보면 자극적인 맛엔 중독되기 쉽다. 어려서부터 매운 음식을 달고 살았더니 크면서 위가 아파져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운 떡볶이가 자주 생각난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평양냉면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절편이나 찰깨빵 같은 음식도 좋아하는 편이다. 절편은 떡 중에선 무지개떡이나 경단처럼 오색 빛이 찬란하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알록달록한 꿀떡이나 어른들이 좋아하는 큼지막한 팥떡에 비해 눈에 잘 띠지도 않는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너무 달아서 한 두 개 먹으면 질려 버리는 다른 떡과는 달리 절편은 심심하니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단출하지만 고소하고, 밋밋하지만 쫄깃한 식감을 가진 그는 보긴엔 심심해도 떡집에서 꾸준히 만들어질 정도로 싱거운 아이는 아니다.
그런 절편 같은 프로그램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 생각한다. 방송 시간대는 약간 다르지만 같은 요일에 방송되는 거친 입담이 오가거나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화제의 식당을 소개하거나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꽉 찬 무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비하면 센 농담 같은 거친 토크도, 기삿거리가 될 정도로 자극적인 에피소드도, 화려한 조명도 없다. 하지만 유재석과 조세호의 유쾌한 장난기가 있고, 시민들의 예상치 못한 강렬한 입담이 있고, 일상적인 소재부터 정말 궁금했던 내용들까지 평범하고 소소한 주제들이 있고, 눈물 찔끔 흘리게 만드는 자막들이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첫 번째 시즌을 할 때는 잘 챙겨보지 않았다. 내가 아직 평양냉면의 매력을 모르는 것처럼 그땐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대화를 듣는 로드 무비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한 시간 반 정도의 분량을 온전히 몰입할 때 그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변명거리들이 있지만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돌리다 중간부터 봐도 이해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여겼다. 웃긴 장면만 보고 싶을 땐 유튜브에서 찾아 짧은 클립 영상으로 대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종 본 적은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애정 하며 몰입하고 보기 시작한 건 코로나로 인해 방송 촬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가 접촉하는 데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주제 맞는 분들을 모셔와 실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바뀌었다. 회차별 주제가 명확해진 덕에 호흡이 긴 로드 무비 같은 흐름 없이 단출해진 구성 덕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기 수월해졌다. 정제된 토크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토크 쇼에서 끼워 맞추기 식의 주제로 섭외된 사람들이 아니라 명확한 주제에 적합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 나 '월드클래스', '방송국 이야기' '경찰청이나 법원, 국과수' '의사생활' 같은 특집 회차들로 구성되어 있어 볼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섭외된 출연자들도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다채롭게 채워졌다.
주제에 맞는 퀴즈, 해당 직종이나 사람에 어울리는 퀴즈들은 프로그램 자체를 깊이 있게 풍성하게 한다. 퀴즈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퀴즈를 풀어야 하는 당위성이나 퀴즈를 맞추고자 하는 욕구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퀴즈를 푸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퀴즈 풀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상금을 얻기 위한 퀴즈라는 목적을 가지고, 퀴즈를 맞추는 사람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로 이뤄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퀴즈에 대해 진심을 다한다는 점이 평범하지만 신선한 매력이다. 퀴즈를 풀지 못한 사람들에게 약간 황당하면서도 개성 있는 선물들을 쥐여 주려는 마음도 사람에 대한 따듯하고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사람을 참 애정 있게 다룬다. 출연자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예의를 다하는 모습, 자막 한 줄 한 줄에 재미와 감정을 적절히 섞어 보여준다. 광고를 보기 전 애교 있는 자막 한 줄도 귀엽다. 중간 광고로 인해 한 프로그램의 방송을 1,2부로 나눠보게 되면서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는 10여분 정도 하는 유튜브를 볼 때도 꼭 중간에 광고를 넣어 보게 하는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 퀴즈 제작진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에게 던지는 애교 있는 메시지로 광고 때문에 차가워진 마음도 녹인다.
왜 이제야 이 매력을 알았을까.
이 프로그램을 매력을 느낀 후엔 꾸준히 즐겨본다.
떡집에 가면 제일 먼저 절편이 눈에 들어오듯, 냄비 같은 사랑보단 온돌 같은 사랑을 더 잊지 못하는 것처럼.
수많은 제작진들의 노력과 애정을 담아 만든 방송, 더 아끼는 마음으로 본다.
코로나로 인해 조금은 바뀐 형식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또한 뉴 노멀 시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여전히 자유를 제한하는 압박이 강화되는 현실이지만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진행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이다.
우리도 역시 마스크가 피부처럼 느껴지지만,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