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 가족 예능 '1박 2일'

by 미래

1박 2일은 일요일 저녁을 책임져 왔다. 토요일엔 무한도전을 봤어도 일요일엔 1박 2일을 보며 주말을 풍성하게 채웠고, 월요병 고통까지 더해줬다. 그만큼 주말 버라이어티가 대세였고 연일 두 자릿수 시청률과 화제성 또한 컸다. 1박 2일이 KBS 대표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며 꽤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저녁과 함께 했다. 여러 시즌을 진행하는 동안 많은 부침도 있었지만, 최근 1박 2일 시즌4가 전과 다른 새로운 접근과 신선한 출연자 조합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1박 2일의 재미는 결핍에서 왔다. 편안한 잠자리, 배부른 먹거리에서 결핍시킴으로써 웃음을 만들어 왔다. 매 순간 점심, 저녁, 잠자리 복불복으로 풍족하고 편안한 무언가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재미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확실한 웃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능력과 재능이 아닌 운으로만 승패를 결정짓게 한다는 점에서 주로 복불복 게임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복불복 게임들이 가학적이라는 평을 피하진 못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1박 2일의 콘셉트를 그대로 보여주듯 야외취침을 강행했고, 한겨울이든 깜깜한 밤에도 물이 보이면 대부분 입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전 시즌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웃통을 벗고 버라이어티 정신을 외치는 출연자들을 보며 재미를 느꼈다. 가학적이긴 했지만 제작진과 출연자의 신경전 속에서도 재치와 유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1박 2일 시즌4는 그동안의 전통적인 관습과 콘셉트를 유지하되 조금은 순한 맛 예능프로그램으로 변화했다. 지난 시즌 윤리적이고 도덕성에 어긋나는 출연자 자질 논란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위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시즌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프로그램에 해를 끼치지 않고 오래 출연해줄 수 있는 사람인 듯했다. 제작진들의 노력 덕분인지 이번 시즌 출연자들 모두 성격적으로 특출 나게 개성이 있거나 유별나게 튀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연자들끼리 단합이 잘 될수록 프로그램은 조화롭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유지해온 프로그램인 만큼 구성적으로 흔들릴 위험이 없었기 때문에 출연자 6명들 간의 N개의 케미가 일요일 저녁 시간 가족끼리 보기에 딱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좋은 요리를 만드는 데 본연의 맛을 가진 건강하고 맛있는 여러 재료들을 한데 모은 것이 중요했다.


자상한 첫째, 착한 둘째, 듬직한 셋째, 서글서글 잘 웃는 넷째, 잘 챙기고 애교 많은 다섯째, 재치 있는 분위기 메이커 여섯째 막내까지 가족처럼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 1박 2일은 제작진이 철저한 악역으로 등장함으로써 재미가 더해졌다. 먹거리와 잠자리를 빼앗으며 출연자들로부터 악역을 자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인 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램 콘셉트와 리얼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쉽고 편하게 무언가를 내주지는 않지만, 이번 시즌은 어떻게 해야 1박 2일의 전통을 잊지 않고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이끌어갈지 아는 것 같았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반대편에서 악역의 역할을 할 때 출연자들 간의 단합력과 케미 또한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의 조화로움이 가장 중요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특히 여행과 게임이 중요한 특징일 땐 출연자들 각각의 개별적 성격뿐 아니라 그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초반에는 서로를 잘 몰랐기에 그들의 관계 속에서 뿜어 나오는 재미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보다 가족적이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역대 시즌 중 가장 순한 맛으로 표현되어 처음에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한 맛 콘셉트 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1박 2일 동안 국내를 여행하며 즐기겠다는 기존 기획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박 2일 시즌4 예고편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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