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작가를 꿈꿨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글 쓰는 걸 좋아해서였다. 사실 어릴 땐 너무 막연했던 꿈에 대해 잘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희망 직업에 평범하게 쓸 수 있는 게 작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끄적이거나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는 일 모두가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을 업으로 삼기엔 조금 어려웠다. 학교에서 종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도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어릴 때 내가 읽은 책에 비해 고전이나 문학 서적 등 다양한 책을 읽고 풍부한 상식을 가진 작가들이 훨씬 많다는 것 알게 된 뒤로 글은 취미로 쓰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지 않아도, 쓰다 보면 '언젠가 보겠지'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써야 했다. 솔직히 글로 풀어내야 마음이 편안했다. 감정은 또 예민하고 감정 기복도 심해서 조그마한 일에 금방 슬펐다 기뻤다 했기 때문에 차고 넘치는 많은 감정들을 글로 써내야 살 만했다.
한 때 작가를 꿈꿨던 어릴 적 꿈을 브런치에서 이뤘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로 불릴 수 있었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브런치 북이란 책을 만들 수도 있었다. 책을 만드는 게 평생소원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책을 만들고 나니 기분이 참 묘했다. 1화부터 30화까지 내가 나를 놓지 않았던 순간들을 촘촘히 적어내며 지난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때론 부끄러운 이야기들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열심히 썼는데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걸 확인할 땐 허탈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자책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계속 글을 쓰는 이유들이었다.
사랑에 아파하고 사람에 상처 받으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순간에도 나를 놓지 말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나를 놓지 않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채우는 일이 누군가에는 어쩌면 쉬운 일일 수도 ,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모두 스스로를 잃지 않는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를 위한 쓴 글들이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에 글을 쓴 글이다.
왜 나는 그토록 나를 놓고 싶지 않았을까.
사랑에 모든 걸 다 줘도 아까지 않았던 나는 정작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확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무슨 행동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 나를 아는 일이 내가 겪어 온 이야기들로 글로 풀어쓰며 돌이켜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나를 드러내는 일은 부끄럽지만 나에게 더 솔직해지는 일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특히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글을 쓴 이유도 솔직히 말하면 특히 엄마가 여자로 살아온 시간보다 엄마로 살아온 시간이 더 많다는 걸 느꼈던 데 있다. 엄마가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잊은 채 가족에 맞춰 사는 걸 보며 '난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엄마가 되어도 엄마로서가 아닌 나로서 살아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증의 첫 브런치 북.
처음이라 제일 열심히 썼고 서툰 부분들이 많겠지만, 커서도 이 책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아 애정이 간다.
그래서 미우면서도 좋다.
내 모든 걸 다 드러내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다
믿는다. 그래서 나는 어떤 순간에도 나를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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