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지만 바빠요.

by 미래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선우정아 그러려니 중



COVID-19 상황 때문이라 그런지 어쩐지 이 노래 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격상되고 방역이 강화되다 보니 만나는 사람은 급격히 줄었다. 친한 친구와 추억들이 점차 바래져 가는 것만 같았다. 매번 메신저로 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고, 기약 없는 만날 약속에 지쳐만 갔다.

하지만 때론 핸드폰 달력에 비어있는 스케줄에 맘이 더 편하기도 했고 적응도 됐다. 백수지만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는 나였기 때문에 의미 없는 약속과 만남들은 오히려 시간을 뺏겼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까진 회사 일을 하느라 내가 바빠서 웬만한 연락에 잘 답장도 못했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간혹 오는 연락들에도 선뜻 답장하기 어려워졌다.


''요즘 뭐하고 지내''


라는 친구의 연락에 한 동안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마음 한편엔 제때 답장을 하지 못한 게 거슬린 채 뭐라고 답을 보낼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다. 진짜 내가 뭐하고 지내고 있는지.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진짜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대학 졸업을 했으니 더 이상 학생으로 불리기 민망한 상태였고 그렇다고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직장인도 아니었다. 그 애매한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나를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쉰다고 말하기엔 맘 편히 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한다기엔 뭔가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결과가 보이지 않았다. 무기력해 보이는 것도 싫었고 괜히 여유 있는 척을 하기엔 스스로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백수지만 나름 바빴다.

영어 공부 또 영어 공부.

글도 써야 하고. 또 글도 쓰고..

글감 생각했다가. 또 글도 쓰고.

자기소개서도 수정했다가. 합격한 친구들을 부러워도 했다가. 좌절 몇 번.


취업 준비를 한 단 이유로 준비할 건 꽤 많다. 백수지만 내가 바쁜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백수들처럼 마음 편히 하루를 지내지 못한다. 현실 속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백수지만 백수를 벗어나기 위해 매일을 버티고 발버둥 친다.

하루는 불안함에 떨어도 또 어떤 날은 자신감으로 꽉 차기도 한다.


결국 고민하다 ''취준 하지''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잘 지낸다는 말은 너무 성의 없고 거리감이 느껴졌고, 답장을 무시하기엔 친구였다. 힘들 때를 함께하고, 내 힘든 모습을 지켜본 친구.


거기다 ''보고 싶다''라는 말을 덧 붙였다. 못 본 지 너무 오래돼서 진짜 보고 싶어서 한 말인데, 이 말만 몇 번째인지. 서로 취준 하고, 일하느라 바빠서 볼 수 없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약속 잡기도 힘들었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보자''라는 말로 핑계인 듯 핑계 같은 인사를 대신했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던 코로나 상황에 초반에는 코로나 때문에 만남을 꺼리는 지인들을 보며 괜히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을 핑계로 만남을 피하게 했다.


하루빨리 코로나 핑계로 못 보던 만남을 재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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