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구선수 서장훈이 선수 시절 결벽증처럼 깔끔하고 완벽한 자기 관리에 유독 신경 썼던 이유가 시합 전 징크스 때문이었다는 것을 방송에서 몇 번 본 적 있다. 시합을 더 잘하기 위한 욕심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오랜 선수 시절만큼이나 길고 많은 루틴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모든 자기 관리들은 징크스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인 것이다.
가끔 어떤 선수들은 ''전 징크스 같은 건 없어요'' ''징크스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징크스에 너무 몰입하는 건 멘털 관리에 좋지 않으니까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 <아는 형님>에서 서장훈이 자신과 달리 징크스 없는 사람이 허재 감독이라 말했듯, 중요한 날을 앞둔 모든 사소한 움직임들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시험 전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말을 학생 때 줄곧 들어왔고, 수능을 앞둔 시기엔 음식마저 조심스러웠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험 전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그 말을 믿게 되었고 자연스레 시험 전 미역국을 피하게 됐다.
징크스와 관련된 수많은 말들이 있지만 내겐 통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특별하게 징크스에 관한 여러 문장들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게도 징크스가 있었고, 반복되는 특정 행동들이 꼭 부정적인 결과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수많은 징크스 문장들 중 내게 통하는 징크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험 결과 발표 전 꼭 무언가를 떨어뜨리면, 시험에서 떨어진다' 이 이상한 징크스가 대략 10번은 들어맞았다. 10번 정도 지원서를 제출하고서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했다. 결과 발표 전 날 잠들기 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조심하자 다짐해도 꼭 가지고 있던 물건을 손에서 떨어 뜨렸고, 나는 떨어졌다.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에서 언제쯤 벗어날까.
얼마 전 똑같은 방식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는데, 면접 질문에서 아직까지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 있었다.
''이 직업 말고 다른 직업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전 이 일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면 비슷한 계열로 이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질문 하나에 면접 결과의 당락을 결정한다고 볼 순 없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다고 생각했다.
''아니요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없습니다''라고 더 단호하게 말했어야 했다. 이 일이 내게 가장 잘 맞는 일이라고, 플랜 B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 일만을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해야 했다.
취업 준비생 기간이 길어지면 아마 다른 일을 찾아야겠지만, 그러면 그때는 현실과 더 타협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포기해야겠지만, 쉽게 놓을 순 없었다. 다른 일엔 흥미도, 관심도 없었고,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그 일에 맞는 사람인 지도 확신할 수도 없었다.
징크스는 있는데 플랜 B는 없다면, 징크스를 극복하거나 플랜 B를 만들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그럼에도 난 아직 꿈을 포기하긴 이르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