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멘탈은 누가 잡아 주나요?
어떤 이별이 가장 가슴 아픈 이별일까. 이별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인데 그 아픔의 정도를 비교하고 무게를 잴 수 있을까. 그 어떤 헤어짐도 가볍고 사소할 수 없으며, 쉬운 이별이라고 해서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취업 준비생이 취업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그 기간 동안 수백 원을 들여 스펙을 쌓고 자기소개서를 쓴다. 더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서. 준비된 인재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공들여 쓴다. 그런데 그 자기소개서 누군가에게 읽히고 버려지는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하다. 대체 얼마큼 시간을 들여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할지 인사팀과 친분이 없는 한 우리는 모른다. 더 슬픈 건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로 기껏해야 5분 안에 나를 평가하고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빽빽하게 적힌 그들로 나란 사람을 단정 짓고 또 비슷한 시간을 들여 이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만큼 슬픈 건 또 없다.
이미 너는 내게 대답한 걸 알아
대답 없는 대답의 의미
다 알면서도
난 모르는 척 맴도는데
정승환-너였다면
최악의 이별로 상위권에 꼽히는 잠수 이별만큼 슬픈 이별은 헤어짐의 이유를 모르는 이별이다. 보통은 이별의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헤어짐을 부정해봐도 당사자들은 몇 가지 원인을 안다. 상대방이 헤어짐을 고하기 전 우리가 너무 많이 싸워와서 신뢰가 깨졌다는 등, 서로가 서로에게 예전 같은 감정을 못 느끼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등, 수많은 일들이 싸여 우리가 이별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된다. 이 또한 명확한 이별의 이유라고는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된 많은 이유들 중 하나라고 설명할 순 있다.
그런 점에서 한 회사와 이별한, 그 이별의 아픔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취업 준비생에게는 우리가 너와 이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이별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일이다. 뻔하고 진부한 얘기들로 가득 채워있지만 네가 우리 회사에 지원했고, 어떤 이유로 너는 탈락했다는 식의 최소한의 연락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고백을 했다면 어떤 말이든 대답을 해줘야 한다. 그 어떤 심한 말보다 침묵이 더 상처가 된다.
지원 서류를 제출했고, 여전히 답을 받지 못했다. 차라리 떨어졌으면 떨어졌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혼자 분통을 터뜨려 봐야 소용없었다. 연락을 받지 못한 난 떨어진 게 분명할 테니까. 그제야 대답 없는 대답의 의미를 알아버렸다. 대답 없는 대답의 의미를 알면서도 모르 척 해왔던 나를 발견했다. 대답이 없다는 것 또한 대답의 의미가 있던 거였는데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 끊임없는 구애와 고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락에도 모른 척하며 대답을 피했던 나도 그와 만나기 싫다는 무언의 대답을 했던 거였다. 그땐 몰랐지만 답을 하지 않는 것만큼 답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큰 상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더 확실한 말과 언어로 표현했어야 했다. 내가 당신과 만날 수 없는 이유,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전했어야 했다. 그때 못한 벌을 지금에서야 받나 보다.
그래도 감정을 나누는 동등한 입장이 아닌 회사와 나의 권력 차에 의해 기울어진 관계 속에서는 대답의 의미를 알게 해줘야 한다. 무책임하게 한 사람의 간절한 이야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상처 받는다. 이왕 줄 상처라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듯 일찍 알려줘야 힘없고 열정 가득한 청춘남녀들이 주저앉지 않는다. 두터운 현실의 벽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벅찬 청춘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뤄갔으면 좋겠다. 90년생이 온다가 아니라 오고 있고, 이미 왔고, 요즘 애들이 아니라 요즘 세상이고 미래인데 평범한 청년들이 더 큰 꿈을 펼치도록 허리에 손가락 두 개 정도만 대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