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덜어내는 것도'수미 산장'

by 미래

때론 더하는 것보단 뺄 때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다. 미운 감정을 덜어내는 것, 더부룩한 배부름보단 한 숟가락을 덜어내는 것, 너무 많은 하고 싶은 말을 줄이는 것들, 빽빽하게 짜인 하루 계획보단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것들이다. 더하는 것보단 빼는 게 더 어려워서 가끔은 여백의 미를 놓친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나 프로그램들도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 다채로운 재미를 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서로 다른 것들이 모두 더해지면 오히려 그 재미는 줄어들고 방향을 잃게 된다. 밀도 있는 웃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금은 덜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수미 산장'이 새롭게 방송했다. '수미 산장'은 일상에서 벗어나 산장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설정했다. 한 명의 게스트는 나를 잘 아는 누군가와 함께 산장에 들러 이야기를 하고 여러 산장지기들과 한 끼 식사를 한다는 콘셉트는 70-80분 정도 되는 긴 분량에 너무 많은 것을 꽉꽉 채워 담았다.


산장에 들러 산장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였고, 갑자기 춤을 추거나 개인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쓴다. 깊고 깊은 산골 속 산장에 들리는 이유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자신을 넣어 두며 자신의 존재를 한 템포 누르기 위함일 텐데, 그와 달리 '수미 산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벗어나 산장에 오려는 목적을 잊은 듯 보였다.

휴식과 힐링과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길어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지도 못하는 우울함을 계기로 힐링 콘텐츠들이 되살아는 추세였다. 비슷한 콘셉트로 캠핑을 가고 섬에 가고 요트를 탔다. '수미 산장'역시 비슷한 힐링 콘텐츠를 모방하고 있지만 힐링할 수 있는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산 깊이 위치한 산장의 풍경이 얼마나 좋은지, 잠시 쉬어 가기에 얼마나 알맞은 공간인지는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자와 내밀한 이야기를 했고,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토크는 오갔지만 그 역시 농도가 낮았다. 종종 수미 산장의 주인으로서 김수미는 연륜이 담긴, 솔직한 조언을 건네지만 출연자의 긴밀한 이야기 속에서 그 감정을 공유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보였다.


특징적인 한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만들어 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백종원 같은 경우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요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기업가로서 요식업을 하는 분들에게 바람직한 길라집이 역할이 될 수도 있다. 김수미의 특징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이다.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요리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미 산장'에서는 그 특징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출연자들이 산장에 들러 산장에서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보는 것이다. 누구나 힐링의 장소에 가게 되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 깊은 이야기들도 편하게 툭 꺼낼 수 있게 된다. 그 지점을 보려는 것인데 개인기, 요리, 인터뷰 식으로 파편화된 것의 연결이 시청자와 산장에서의 깊은 감정을 나누기엔 조금 아쉬웠다.


차라리 산장 영업처럼 콘셉트를 잡았다면, 식당과 숙박을 함께 하는 '윤스테이'처럼 두 가지를 분리해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듯싶었다. 출연자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며 산장 지기들의 역할이 더 돋보여야 할 것 같았고, 출연자와 그의 친구가 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충분히 잘 놀고 즐긴 후 산장에서의 마음이 풀어졌을 때 그들과 같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수미 산장'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을 섞으려다 무슨 맛인지 잃어버린다. 너무 싱거울까 봐 맛을 내기 위해 각종 향신료를 첨가하다 보면 본래 추구하던 맛이 사라진다. 여백의 미를 남겨두는 것, 감정을 공유할 시간을 주는 것들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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