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것을 방증한 프로그램일까. 프로그램 제목도 '프렌즈'이지만 진정한 친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트 시그널 시즌 2,3의 출연자들로 새롭게 방영한 '프렌즈'는 청춘남녀들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프렌썸(friend + 썸)'을 표방한다. 친구 뽑기를 통해 친구를 만나기는 하지만 '하트 시그널'과 비슷하게 서로의 화살표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결국 아무리 친구처럼 만나는 사이여도 이성이기에 전해지는 묘한 감정을 그대로 관찰하고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들이 친구이기 전에 이미 '하트 시그널'에서의 익숙한 남녀들이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쌓아가고 있음에 몰입하게 된다. 친구 뽑기와 용돈은 그들이 만나기 위한 소소한 장치일 뿐이며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을 가장한 새로운 사랑을 찾는 도구다.
하트 시그널 시즌 2,3의 세계관을 섞은 것도 그리 새롭지 않았다. 이미 '하트 시그널'로 이름과 얼굴을 알린 그들은 준연예인 급이다. 방송 이전이나 이후부터 그 영향력이 높고 화제성 또한 컸기 때문에 두터운 팬층도 확보하고 있다. 각각의 시즌에 출연했다 하더라도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한 번씩 눈도장을 찍은 사람들이었기에 새로운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잠깐씩 나오는 일상의 모습도 이전 방송에서 조금씩 알려졌던 부분들이었고, 시즌 2,3에 출연한 사람이 다시 만난다 해도 세계관의 충돌이 일어날 만큼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도, 더 큰 세계관을 확장해 간다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하트 시그널 방송이 종영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저 이미 알려진 사람들의 새로운 만남이고 사랑이었다.
하트 시그널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확장하고 싶었다면 진정한 친구로서의 모습이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데 모여 같은 취미나 이야기를 공유하고 편하게 놀 수 있는 모습들이 하트 시그널의 연장선이 아닌 '프렌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각자 친구가 뽑힌 대로 단둘이 따로 만나는 것들은 새로운 친구를 연결시켜주는 것인 동시에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만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렌즈'는 방송 내내 사랑이 아닌 '프렌썸'을 강조한다.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닌 '프렌썸'은 여지를 남겨주기 위함이다. 친구 사이에도 썸은 탈 수 있으며, 사랑을 하지 않는다 해도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구멍을 남겨둔 채 이뤄지는 만남들은 '하트 시그널'처럼 마음을 졸이며 보지 않아도 되고, 힘들게 추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완벽하진 않지만, 친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렌썸'의 작은 여지는 '프렌즈'의 존재를 더 모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