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든다는 건

by 미래

3년 전 가로수길에서 맥북을 샀다. 휴대용 개인 노트북이 필요하기도 했고, 영화를 찍기 위해 준비할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익히 잘 알려져 있듯, 노트북은 꽤 비쌌다. 이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모았다. 꼭 사고 싶던 노트북이었기에 내가 가진 돈의 전부를 내놓아야 한다 해도 아깝지는 않았다. 비싼 돈을 들여 사야 했기에 알아보기도 많이 알아봤다. 비슷한 노트북을 쓰는 지인들에게 물어 성능을 비교했고, 매장에 들러 실물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이제 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땐 노트북은 이미 내 손에 와 있었다.


카드를 건네고 결제하기 단 몇 분 전 노트북 보험(일명 애플케어)을 들라고 권유했다. 이 보험을 든다면, 노트북 사용 중에 수리가 필요하거나 고장이 나면 '무상' 수리 및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무상'이라는 단 두 글자에 솔직히 가슴이 흔들렸다. '이 비싼 노트북이 망가지면 수리비가 꽤 나올 텐데'라는 걱정이 앞섰고, 몇 십만 원의 보험이면 3년간 나름 그 이상의 보상 효과를 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 달콤한 영업에 흔들리면 안 되었다. 괜히 언젠가 소모되고 고장이 날 노트북이라면 미리 보험을 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멀끔히 사용 중이다. 상처 하나 난 곳 없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사람은 자신의 역할을 다 했을 뿐이고, 그 당시의 나도 그때 옳다고 여기는 선택을 했을 뿐이다. 보험이 내게 어떤 큰 혜택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그 돈으로 충분히 다른 좋은 일을 했을 텐데. 정해진 만 3년의 보험 기간이 끝나고는 솔직히 돈이 조금 아까웠다. 아무런 의미 없이 하늘로 돈을 뿌린 기분이었다. 그동안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고, 보상을 받을 필요도 없이 튼튼하고 깨끗했기 때문이다. 발열과 소음 문제가 있긴 했었지만 배터리를 교체할 수준은 아니었고 내부 청소를 하고 나니 조금은 나아진 듯했다. 세계적인 그 기업이 좀 더 발전하는데 내가 조금 보탬이 되었길 바라며, 이제는 앞으로 나올 제품들은 더 혁신적이길 기대할 뿐이다.


보험을 든다는 것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망가질 예정에 없는데 3년 안에 노트북이 고장 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써 가며 불안을 잠재웠다. 하지만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불안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험 적용 기간 안에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한 것처럼 보험을 들어두면 사람을 더 불안하게 했다. 보험은 혜택과 보상이랑 이름으로 달콤한 포장지 숨겨진 쓸데없는 불안 비용이었다.


보험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하는 일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대할 필요도 없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일에 대한 확신, 미래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걱정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변화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변치 않다면, 보험이 없어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행동할 수 있다. 보험을 두고 무언가를 할 때면 '이게 아니면 다른 걸 하면 되지' 식의 탈출구가 생긴다. 빠져나갈 구멍을 모두 막은 채 부딪혀 보는 것, 보험이 없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7000원어치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