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빴지만 나쁘지 않았다.

by 미래


너 그 일이랑 안 맞는 거 같아



말 한마디에 기분이 픽 상해버렸다. 대체 날 뭘 안다고.

내 맘이 어떨지 다 아냐며 씌익씌익 열을 냈지만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장난스레 무심히 던진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수가 되어 꽃친 그 말은 평온했던 하루 일상을 망쳐버렸다. 잘 걷던 아스팔트 길에서 갑자기 갯벌을 만난 느낌이었다. 펄에 발이 빠져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허우적댈 뿐이었다. '진짜 이 일을 선택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럼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수없이 비슷한 질문들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곳만 바라보고 지나온 길이었고, 그 일 이외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나는 그 일을 하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여기까지 왔는데 말 한마디에 나는 길을 잃은 듯했다.


차라리 '네가 좀 부족한 것 같다'라고 했으면 덜 예민했을까.

부족한 건 채우면 되었기에 마음은 좀 아팠어도 상처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완벽히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부족한 점들을 하나하나 메꿔가는 중이기 때문에 그 정도 말쯤은 담아낼 수 있었다.


부족하다는 것보다 안 맞는 것 같다는 말이 더 나빴던 이유는 무책임한 평가 때문이었다. 본인의 인생이면 그리 쉽게 말할 수 있었을까.

어떤 일이든 그 일과 내가 맞든 안 맞든 내가 결정할 문제인데, 내 인생에서 중요한 직업적 선택을 상대에게 맡겨버리는 꼴이 되어 버렸다. 내가 그 일을 하겠다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인데, 그 기나긴 고민의 과정들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충분히도 쓰라린 곳에 소금 같은 말은 너무 따가웠다. 여러 감정들이 쌓인 지난 시간의 흔적들은 화가 난다는 감정 말고는 다 풀어내기 쉽지 않았다.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 시간이 더 오래 지나 정말 나랑 안 맞으면 어쩌지. 괜한 걱정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내가 그 말에 기분이 나빴다는 건 여전히 내가 그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에 더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그랬던 거였다. 아무리 미운 짓을 하는 남자 친구더라도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많이 흉을 본다면 기분이 안 좋은 것처럼. 여전히 그 일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확인받았으니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는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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