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도 틀리면 안 되었지만

by 미래

그냥 만들어지는 물건은 없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수 없이 많은 과정이 필요하듯, 옷 한 벌 만들기 위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상 디자인과라고 해서 옷 만드는 법만 배우지는 않는다. 옷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산업적인 측면, 기초 드로잉 실력, 마케팅 요소까지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턴 그리기는 옷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수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옷만 잘 만든다고 해서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패턴을 알아야 한다.


패턴지 안에는 만들어야 할 옷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담긴다. 입는 사람의 신체사이즈부터 옷의 길이와 방향, 어떻게 옷을 재단하고, 봉제해야 하는지 세밀하게 적혀 있다. 옷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이 패턴을 정확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패턴 하나로 옷이 완성되기 때문에, 이 기본적인 단계에서 실수가 일어난다면, 완전한 옷을 만들어 낼 수 없고 디자이너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의류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읽어 낼 수 있는 이 패턴은 옷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디자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그리는 패턴에는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모든 글과 그림에는 이유도 분명하다. 왜 뒷목 점에서 0.3cm를 더 줘야 하는지, 왜 앞판 허리길이가 뒤판 허리길이보다 좀 더 길어야 하는지, 왜 다트가 가슴 점을 지나면 안 되는지 등은 사람이 입었을 때 가장 이상적으로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다. 약간의 숨 쉴 구멍을 주기 위해서이며, 같은 허리 여유량을 줘도 약간의 배 때문에 뒤판 허리길이가 좀 더 짧아지는 것이며, 몸에서 가장 튀어나온 곳에 다트가 있다면 옷이 봉제되었을 때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유들은 인간이 옷을 입기 때문이다. 옷을 만드는 과정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패턴을 그리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을 적은 것이다.


옷을 만드는 데는 0.1cm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옷은 사람이 돈을 지불하고 사는 상품이기 때문에 결점이 있는 옷을 만들면 안 된다. 한 장만 만드는 옷이 아닌 몇 백, 혹은 몇 천장 일지 모르는 옷에 실수가 있다면 상품으로써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상품으로써 옷을 만들기 위해 그리는 패턴에도 1mm의 오차가 발견되는 안되었다. 패턴을 그리면서 가장 힘든 점은 꼭 0.1cm 때문에 그렸던 선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눈금이 선명한 자를 대고 그리는 데도 가끔은 꼭 그 0.1cm가 비껴간다. 얼핏 눈으로 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자를 대고 찬찬히 확인해보면 약간의 오차는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오차도 용납할 수 없었고, 이미 그렸던 선들을 지우고 다시 채워 넣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꼭 0.5cm, 1cm로 딱 떨어지는 수도 아니고 0.3cm 나 0.7mm처럼 자에 눈을 가까이 대야만 알아볼 수 있는 수들은 그 과정을 더 힘들게 했다.


1mm이 더 나가면 어때.
어차피 눈에 보이지 않는데.


옷을 만들 때는 그 작은 오차도 신경 쓰였지만, 우리 인생은 고작 1mm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99도의 물이 끓기 위해서 1도가 더 필요하고, 무언가에 도전할 때 단 1번의 용기, 1%의 다른 생각만으로 세상의 여러 변화를 만들어 낼 순 있지만, 0.1cm까지 반듯하게 딱 들어맞는 인생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때론 꽉 채워진 시간표가 답답함과 부담감을 안겨주듯, 패턴처럼 1mm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모든 인생은 재미가 없다.


가끔은 계획 없이 여행에 흥미를 느끼고, 평소 가던 길보단 가보지 않은 길에 걸음을 돌리고, 입어보지 않은 옷과 음식들에 좋은 기분이 든다면, 1mm이 더 아니 그 보다 더 많더라도 한 발짝 나가보자.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에 재미를 느낄 때 더 다채로운 인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도 오히려 더 반갑지 않을까. 공식처럼 들어맞는 일상들은 무료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무의식이 이끄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