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땐, 설렘 혹은 걱정 두 가지 감정이 든다. 하지만 걱정보다 설렘이 앞섰을 때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야 삶이 재밌다는 걸 느낄 수 없다.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건 언제나 불안을 동반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될 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삶의 묘미가 아닐까.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는 원래 잘 받지 않는다. 급한 연락이 아니고서야 아는 사람들도 전화보단 카톡으로 연락을 대신하기 때문에 굳이 모르는 번호까지 신경 써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 모른 번호로 온 전화들은 보이스 피싱 같은 스팸 연락이거나 잘못 걸려온 전화들이다.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면 낯선 번호들은 과감히 모른척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르는 번호여도 받고 싶은 촉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는 전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믿을 수 없는 그 촉 덕분에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지나쳤다면 아찔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나를 당기는 촉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합격 전화는 처음이었다. 추가 합격이라 그랬을지는 몰라도 인터넷으로 합격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그동안의 입시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기쁨이었다. 디지털이 익숙해진 세상에서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은 따스했다. 단순히 합격 전화라서 따뜻했다기보다 신호와 전파를 통해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며 전해지는 메시지라 그 온기가 느껴졌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서부터는 그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서류 결과를 알려주는 메시지라도 오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 조차도 알려주지 않는 곳도 생각보다 많았다. 채용 과정과 내용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 곳들은 대부분 연락이 온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그 결과를 확인하라는 안내 메시지는 굉장히 차갑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선뜻 홈페이지에 접속하기가 무섭고, 비밀번호를 치고 나오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게에도 겁난다.
길게 쓰인 글 속에서도 단연 탈락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마음은 무너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의연하게 마음을 다잡고 다음 기회를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
가끔은 좌절했다 넘어졌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찾아올 설렘을 기다리며 일어섰다. 언젠가 또 예상치 못한 기쁨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열심히 갈고닦아야 하기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걱정하기보단 새로운 내일을 생각하며 설레자. 오늘 하루는 불안할지 몰라도 선물 같은 내일의 일상을 기대해보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도 풍랑을 즐기며 떠 있는 것 또한 인생의 즐거움이니까. 삶은 그런 거니까. 즐겨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