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믿던 운세를 믿기 시작했다.

by 미래

운세 따위는 믿지 않았다. 엄마가 사주를 보거나 운세를 점칠 때면 그깟 미신은 믿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원체 관심 없는 일은 금방 잊어서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또 들어도 금세 잊어버렸다. 타고난 운명이란 게 있을까. 그 확실한 길이 있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없으니 그저 제 자리에서 실력을 갈고닦을 일 밖에 없었다.


원체 타고난 운이란 게 없다 생각했다. 학창 시절부터 운보다는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부터 운에 기대긴 보단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 결과가 안 좋아도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래'라며 다음 기회를 노렸다.


고작 서류 한 번 합격했을 뿐인데 이제 나에게도 운이 오나 싶었다. 간절히 바라던 곳에서의 합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2차 시험 보러 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매번 서류에서 낙방할 때마다 이 길은 내 운명이 아닌가 싶었다. 계속 서류에서 떨어지면 다른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래야 나중에 덜 아플 테니까.


하지만 내게도 기회는 있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 서류 합격 하나가 내게도 희망을 보여줬다. 너는 이 길로 가도 된다고, 갈 수 있다고.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2년이 걸리고 3년이 걸리더라도 난 이 길을 가겠다고.


천일에 걸쳐 구름 한 점 없으니
하늘과 바다의 푸른 기운이 끝이 없을 징후입니다.


안 믿던 운세를 믿기 시작하면 내 운세를 찾기 시작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나이와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입력했다. 고작 숫자 몇 개 입력했을 뿐인데 신년운세, 평생 운세, 월별 운세 등 각종 운세들을 볼 수 있었다. 좋은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현실이 될지 의문이 들었다. 괜히 상상만으로도 절러 미소가 지어졌지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급급했다. 운세만 믿다가 노력을 덜하게 될까 봐. 기대만 앞섰다가 실망이 클지도 모르니까.


여전히 자신의 앞날에 대해 궁금해 점과 타로 등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여전히 미래에 기대는 이유는 현재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살 수 없는 집값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력으로만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보다 내일, 아니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좋은 날이 오겠지, 올 거야 라고 믿을 힘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출근을 멈추지 않는다.


희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꿋꿋하게 열심히 산다. 내일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은 앉고서도 주식 투자를 하는 것도 언젠가 이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고, 운세를 믿으면서 내게도 볕 들 날이 올 거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간의 희망과 기대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포기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운세에 나온 말들이 설령 모두 이뤄질 수 없다 해도 작은 희망 하나로 매일을 글을 쓰고 열심히 살아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운세와 닮아갈 것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을 만나 더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운세의 내용들을 부적 삼아 그 어떤 힘든 길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내가 가려는 이 길이 내 천운이라 믿으면서, 결코 운에만 기대지 않고, 그렇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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