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범잡-알아두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은 이전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리즈의 스핀오프 식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다. 여러 범죄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불안은 증가했고, 사람들이 범죄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동안 <알쓸신잡> 시리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오직 범죄라는 주제를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새로운 출발이었다.
범죄 사건을 다루는 만큼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범죄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이야기,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의미 또한 컸다. 하지만 이전 <알쓸신잡>에서 느꼈던 재미와는 결이 달랐고 아쉬운 점이 유독 눈에 띄었다.
<알쓸범잡>의 가장 큰 재미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 심리, 뇌과학, 법학 등의 관점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함으로써 하나의 사건들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알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건 범죄라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해당 사건의 발생 동기, 발생 경로, 범죄자의 심리, 범죄 결과 등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기승전결에 따라 진행되어야 했다. 하나의 스토리로 서사가 전개되다 보니 이전 <알쓸신잡>에서 볼 수 있던 자유로운 대화, 토론의 느낌이 덜했다.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사건을 소개하는 듯하고, 한 사람이 이야기를 지속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약간은 지루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스토리텔링 하는 듯한 방식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끊게 할 수 없었다. <알쓸신잡>에서의 재미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대로 대화를 주고받는 티키타카였는데, <알쓸범잡>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성도 떨어졌다. <알쓸신잡>에서의 재미는 장소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었다. <알쓸신잡>에서는 이야기 나눌 지역을 정해 각자 여행할 곳을 둘러보고 한 데 모여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가 중심이었고 여행한 곳들은 플래시 백으로 보여주는 정도였지만, 해당 장소에서의 이야기 주제는 연관성이 높았다. 하지만 <알쓸범잡>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지역을 가 본다는 점에서 현장성을 높였지만, 이야기를 위해 가는 곳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졌고 뒤로 갈수록 허울만 남은 장소가 되었다. 이야기를 위해 관련 있는 곳도 종종 있었지만,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여행 장면은 장소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주 보이지 않았고,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스튜디오 진행과 다름없어 보여 조금은 아쉬웠다.
대체로 전문가가 나오는 예능에서는 진행자의 질문이 중요하다. 시청자로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전 <알쓸신잡>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여럿 나눈다.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도 전문가답게 굉장히 깊이 있고 전문적이어서 때로는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시청자 입장에서 잘 모르는 내용,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 이때 진행자는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 질문을 던진다면 시청자와 전문가의 보이지 않는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알쓸신잡>에서는 시청자의 가려움을 긁어줄 질문들을 무심하게 툭툭 잘 던져 주어 전문가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몰입할 수 있었고, 진행자와 공감대를 형성해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알쓸범잡>에서는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해소시킬 질문들도 없었고,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으며 지나가다 보니 사건의 자극성 이외에는 재미 포인트가 부족했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었다. 자주 언급하지 않으면 잊히기에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서 범죄를 다룬 것은 꽤 의미 있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이야기로서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