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낚는 <도시 어부 3>

by 미래

내 취향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즌 3까지 방영될 때까지 한 번도 챙겨본 적 없었다. 콘텐츠는 취향이 담겨있고, 서로의 취향이 맞았을 때 재밌다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접하지 않았던 색다른 것을 접했을 때 오는 쾌감이 있었고, 신성한 충격이 있었다.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건 사실 언제나 재밌는 일이었다.


<도시 어부 3>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연예계에서 낚시 좀 한다는 사람들이고, 낚시가 취미인 사람들이다. 그만큼 낚시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재밌을까 싶었지만, 보다 보면 이상하게 재밌다. 묘하게 빠져든다. 낚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해 본 적도 없는데 재밌고, 심지어 낚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그램이 시즌3까지 만들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낚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편견을 지울 수 있었다. 오히려 지루하지 않게 배틀이라는 장치를 숨겨 두었다. 사실 가끔은 지루할 때도 있었다. 몇 시간, 몇십 시간을 기다려도 입질 한 번 오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니 사람들은 지쳐갔고, 새로운 그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고 몇십 시간씩 낚시를 해도 누구 하나 싫증을 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낚싯대 앞에 가 앉는다. 사람인지라 종종 지칠 때도 있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일이기에 그걸 보는 시청자들도 불편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제작진들이 말보단 고기로 말하라는 것을 강조해도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단 고기를 잘, 그것도 많이 잡는 사람이 승자다.


고기 앞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철저한 개인전이지만 낚시라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로서 끈끈한 전우애가 담긴 팀전이다. 몇 시간을 떡밥만 말며 기다리다 작은 입질만 와도 다 같이 반겨주고, 물고기를 낚기를 응원한다. 간신히 물은 고기를 잡아 올리기 위해 다 같이 도와주고, 잡을 뻔한 고기를 놓치면 다 같이 아쉬워하고 다 같이 탄식한다. 하지만 그날 잡을 어종을 잡은 자, 잡은 물고기의 수는 냉정하게 수치로 보여준다. 숫자로 표시되는 순위 속에서는 남보다는 내가 먼저고, 남보다 많이 황금배지를 받는 것이 우선시된다. 이렇듯 개인전과 팀전을 묘하게 오가는 게임 속에서 우리는 우리 인생과 묘하게 닮아 있음을 보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이유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지만 결국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남을 응원하면서도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 <도시 어부 3>에서는 낚시를 하면서 삶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낚시를 하러 가서 고기를 잡지 않으면 의미가 생기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몇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고기를 낚는다. 그렇게 낚은 고기는 그 어떤 고기보다 값지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마지막 감동과 희열을 느끼기 위해 끝까지 본다.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며 만년 하위권이던 팀이 역전승을 거두는 스포츠 경기만큼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낚시는 시간과의 싸움이자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좋은 고기를 낚기 위해서 낚시에 대한 지식, 물길, 어종 등에 대한 정보, 좋은 장비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다. 단 몇 분, 몇 분 만으로 고기를 낚을 수 없기에 잔잔한 민물에서도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도 몇십 시간은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만 있다고 해서 고기를 낚는 건 아니다. 언제 올지 모를 입질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포기하지 않을 정신력,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오래 기다려 고기가 떡밥을 물었다고 해서 고기가 내 손에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고기를 끝까지 끌어올려야만 내가 잡은 고기에 의미가 생긴다. 절대 잡히지 않으려는 고기와 잡아 올리려는 나 사이에서 긴장감을 끝까지 놓을 수 없다. <도시 어부>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잘 보이고, 유쾌하다.


낚시를 통해 깨달은 건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20시간, 30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던 고기가 철수하기 몇 분을 남기고 그토록 기다리던 고기를 잡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어부 3> 5회에서는 배 위에서만 29시간을 낚시를 하며 참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밤을 새우고 비가 올 때까지도 낚싯대를 던졌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음 날까지 시도한 후에야 목표 어종이었던 6자 이상 참돔을 건져 올릴 땐 전율이 일었다.


결국 기다리다 보면,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왔다. 당장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아무도 내 미끼를 물지 않아도 언젠가는 내 낚싯바늘에 고기가 잡힐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20시간, 30시간 포기하지 않고 낚시 바늘을 던졌던 것도 억지로 한 일이 아니라 그저 낚시가 좋아서 했던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라면, 지금 당장 잡히는 고기가 없다 할지라도 꾸준히 떡밥을 말고, 예쁜 미끼를 고르겠다. 그리고 힘차게 낚싯대를 바닷속으로 던지겠다.


곧 대어(大魚) 한 마리가 내 미끼를 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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