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여성이 만났다. 어떻게 보면 되게 자연스러운 연결인데도, 스포츠와 여성의 만남은 언제나 새롭다. 21세기 우리나라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졌음에도, 미디어는 주로 스포츠를 남성의 영역에서 다뤄왔기 때문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을 스포츠의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를 해본 적 없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국가대표 감독들과 팀을 이뤄 축구 경기를 하는 스포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중계진을 빼면 출연자는 물론 심판진들까지 모두 여성들로 섭외되어 있다.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스포츠 경기를 해 나간다는 자체가 새로운 접근이다. 이에 여성들을 내세운 스포츠 프로그램들이 여러 방송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가장 재밌다고 할 수 있다. 6팀이 리그전, 토너먼트 경기를 거쳐 우승자를 가려내는 게임쇼 포맷이란 익숙한 형태로 전개되어 그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그들의 서사를 그려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 연습하고 준비해온 경기인만큼 그들이 얼마나 어떻게 준비하여 경기에 임하는지 덜 보여줬기 때문이다. 서서는 캐릭터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 중간중간에 짧게 나오는 연습 장면으로는 그들의 서사와 캐릭터를 온전히 보여주기 어려웠다. 2시간 가까이 되는 방송시간에서 전반 10분, 후반 10분의 경기를 가능하면 다 보여준다. 스포츠 경기라는 긴장감 이외에도 프로그램 전체로 봤을 때, 한 팀의 경기만을 오래도록 보여주고 있어 자칫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얼마나 공들여 연습하고, 서로 호흡을 맞춰가는지 보여주지 않고 게임 장면에만 힘을 쓰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재밌다. 짧게나마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고,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서사를 확보했기 때문에, 스포츠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축구라는 스포츠 경기를 사용한 것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보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스포츠이니까 스포츠를 하는 관점을 소비하는 것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축구 감독의 리더십, 여러 축구 선수들과의 호흡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서 다양한 전술, 그들의 지휘와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냉철한 판단력 등 축구 경기의 긴장감 이외의 다양성을 확보한 것도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있다. 모두가 축구에 진심이며 최선을 다한다. 넘어지고 부딪혀도 다시 일어나 공을 찬다.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포츠의 재미는 열정을 다했을 때 온다. 그 어떤 분야에서보다 승부에 있어서 냉정하기 때문이다. 이기고 싶고, 지기 싫은 마음들이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보였을 때,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며 결국 이겨냈을 때 강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