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예능'
재료는 같아도 요리는 제각각

by 미래

요즘 골프가 인기다. 골프는 지루하고 부유층만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전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변했다. MZ세대가 골프에 유입되면서 더 대중화되었다. 방송가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활용해 다양한 골프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다. 재료는 같지만 그 요리는 모두 달랐다.


먼저 가장 먼저 시작한 <골프왕>은 프로 골퍼인 김미현 선수가 골프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연예인들에게 가르쳐주고, 여러 게스트들을 초대해 골프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골프 예능 프로그램 가장 먼저 자리 잡았고, 시청률 역시 가장 높다. <골프왕> 재밌다. 프로골퍼가 가르쳐주는 골프라니. 당연히 그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충분했다. <골프왕>은 골프를 쉽게 설명해준다. 그래서 골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다 이해가 될 정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프로골퍼가 골프를 가르쳐주는 서사를 가졌음에도 그 서사를 풀어나가기엔 조금 부족했다. 프로골퍼가 가르쳐주는 골프는 어떤 점이 다른지, 김미현 선수의 골프 팁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잘 볼 수 없었다. 아마추어 대회를 목적으로 모였지만 그 서사를 이끌어 가기보다 골프 경기에 몰입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골프 경기에서 긴장감을 주기 위해 허들을 넘고, 빨리 달리는 등 각종 장치들을 첨가했지만, 과유불급처럼 보였다. 게임의 다양성을 통한 재미들은 중장년 시청자층이 많은 채널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 프로골프의 전설인 박세리 선수가 출연하는 <세리머니 클럽>은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단연코 한국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박세리 선수의 출연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감을 한껏 받았다. 박세리 선수 등장만으로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보여줄 순 없었다. 중간중간 볼 수 있는 박세리 선수가 공을 치는 모습들은 전율이 날 만큼 대단했지만, 프로그램 전반적으로는 지루한 편이었다. 동호회 콘셉트로 게스트를 섭외했지만 초반 게스트 소개도 길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부족했다. 버디를 하면 기부를 하는 좋은 소위 '착한 예능'의 틀을 썼지만 기부를 하는 명목과 행위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물론 기부는 좋은 일이지만 프로그램 적으로는 그들이 기부를 위해 반드시 버디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열정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졌다. 3회에 갑자기 양세찬이 중계를 하게 된 것도 의외였다. 그전까지 예상 밖으로 골프를 잘 치던 양세찬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었는데, 앉아서 토크만 해야 하니 그 재미가 살아나지 못했다. 죽어있는 공을 쳐야 하는 스포츠에서의 중계는 농구나 축구처럼 살아있는 공을 갖고 하는 중계가 아니고서야 예능에서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실제 골프 중계만 보더라도 굉장히 차분하고 할 말도 어느 정도 제한적이다. 그런 점에선 이 프로그램이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랜파>는 나름 전략적으로 접근한 골프 예능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와 여행 더해 '꽃보다 할아버지'가 인기를 끌었던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활용했다. <그랜파>는 70대 이상 노년층 연예인들이 함께 골프를 치며 골프와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할아버지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덜 자극적이고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프를 얼마나 멋있게, 잘 쳐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는 그들이 얼마나 골프를 즐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극성을 줄이고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한 이 프로그램이 골프의 매력을 더 돋보여줬다. 9홀까지 골프를 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그들의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 잘 치지는 못해도 열심히 공을 치는 모습, 원하는 대로 공이 가지 않아도 끝까지 치는 모습들이 매력적이었다. 정말 골프를 좋아해서 하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힘껏 쳐낸 공이 해저드에 빠지고 풀 숲에 들어가도 '그런 게 우리 인생이지. 매번 어떻게 잘해'라는 말들이 골프를 통해 인생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잘 보여줬다.


<편먹고 072>는 가장 최근에 방송한 골프 예능이다. 유현주 프로골퍼와 골프를 잘 치는 연예인들이 서로 편을 먹고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의 골프 예능 중에선 포맷적으로는 잘 짜였다고 생각한다. 편을 먹고 팀 대결이라는 장치가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시켰고, 팀 대결에서 그들의 시너지를 보여줬고 케미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조금 실수해도 팀원이 만회한다면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보컬 그룹이 다시 인기를 끌며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추세와도 잘 맞았다. 게스트가 아닌 출연자 중 유현주 프로골퍼와 이승엽 선수의 화려한 골프 플레이를 볼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가끔은 잘했지만 가끔은 실력차를 보여주는 이승기를 통해서도 수많은 골프 입문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편먹고 072>는 다른 골프 프로그램들보단 효과가 더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코스 설명, 공의 움직임 들을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줘 지루함을 없앴다.


이렇게 인기 소재인 골프를 가지고도 다양한 색깔의 골프 예능이 만들어졌다. 방송 프로그램은 완성도를 떠나 개인의 취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매체다. 재료는 같아도 요리는 제각각이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보면 된다.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니까. 이렇게 다양한 골프 예능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한 때 트로트 예능 붐이 오히려 피로감을 주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골프 예능은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곧 새로운 골프 예능 <골신강림>도 방송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또 어떤 재미가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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