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 심리 행동 분석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하영이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가 되어 악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연쇄살인은 방송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였지만, 연쇄살인을 쫒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간다는 게 이 드라마의 새로운 점이다.
악을 쫒기 위해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힘들며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하영이 악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 화(化) 되기'를 하고, 그 과정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들로 그 어려움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드라마 역시 픽션 스토리가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동명의 원작과 권일용 교수님의 자문이 더해져 실제와 흡사했다. 현실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옮겨온 거 같아 가끔씩은 소름이 돋는다. 현실에 있었던 일이 맞는지, 그런 사람들이 살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흉악한 연쇄 살인사건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리얼리티를 살렸지만, 살인 장면들을 흐릿하게 표현한다거나 컷을 바꾸는 식으로 해 자극성을 덜어냈다.
프로파일러 하영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와 내레이션은 악마와 싸우고 악마의 마음을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범죄나 수사를 다루는 몇 드라마를 보면 내용은 복잡하게 전개하면서 고민과 수사는 쉽게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경우 사건 상황 설명은 하영의 시점으로 차분하고 간결하게 설명했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수사의 끝은 그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까지임을 보여줬다. 범죄를 해결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범죄자가 어떤 인간인지를 면밀히 파고들어 깊이 고민하는 하영의 심리를 더 들여보게 하고 쉽고 명쾌하게 끝내지는 않았던 게 좋았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같이 실수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리하고 기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범죄자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 악의 마음을 읽는 과정을 보여줬다. 범죄 현장을 보여주는 것만큼 긴장감이 있었다. 단순히 심문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순간이 아니라, 제대로 악을 마주하고 악을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전략이 동원돼야 하는 시간이다. 이런 장면들은 경찰과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의 몰입감을 고조시켰다. 범죄자 역할을 한 배우들 모두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캐릭터에 동화된 듯 보였다. 그들의 연기 덕에 악과 싸우는 대치 상황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최근 자주 방송에 나오시는 (마동석 다음가는 귀요미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지만) 권일용 교수님이 이런 일을 실제로 하셨다는 게 놀랍고 존경스럽다. 악과 싸우기 위해 애쓰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피해자와 그들의 슬픔을 잊지 않기 위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범죄자들과 얘기해야만 하는 자신과 그 범죄자들을 볼 때마다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 사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복합적인 감정들이 쉽게 잊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최종회 말미에 새로운 범죄심리분석관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국영수 팀장은 말한다. "열 길 물속보다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 알기 어려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 드라마를 보며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깊이 공감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억하고 슬퍼해야 하는 게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냉철하게 범죄 현장을 분석하며 잔혹한 범죄자의 마음을 읽는 일이 곧 피해자, 내 가족, 우리 사회를 위한 일이다. 천사와 악마가 나뉘는 한 끗 차이에서, 악의 정점의 선 이들이 어디서부터 엇갈렸는지,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악하게 만들었는지 질문하고 들여다보는 일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이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
그러니 반드시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