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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Oct 17. 2023

애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미워해도 애정이 있다는 걸 말 한마디라도 더 해주는 잔소리로 느낀다. 애정의 반대는 증오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때론 날카로운 말들이 마음에 콕 박힐 때도 있지만, 그 말에 속에 담긴 애정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잔소리 자체가 가볍지 않다는 걸 안다.      


틀린 걸 그때그때 바로 잡으려고 말해주는 사람,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해주는 사람과 나와 결이 잘 맞는다. ‘틀렸다’라는 말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단순하게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다. 말을 꼬아서 들으려고 하지 않고, 단순한 성향의 사람이라서 받아들이기 더 쉬운 것 같다. 배드민턴을 배우며 고쳐지지 않는 습관, 잘못된 자세들을 실수해도 한 두 번 보고 넘기는 게 아니라 화내고, 잔소리하고,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화도 내고 타이르는 과정들은 어쨌든 애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은 레슨 때 나한테 하는 얘기가 줄어들수록 크게 느낀다. 나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거나 실력이 정체된 나를 포기했나 하고 말이다. 열심히 배드민턴을 배우고 쳐도,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음에 속상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답답하겠다 싶다.      


애정과 실력 향상은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놓고 강의하는 형식이 아닌, 한 사람에 집중해서 가르치는 개인 레슨인 경우에는 특히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가르치는지 확연히 느껴진다. 공만 기계적으로 던져주는 것인지, 피드백을 얼마나 해주고 있는지 말이다. 묘하게 달라짐을 느낀 순간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마음이 불편해지면, 평소 잘 되던 것도 안 된다.      


돈을 주고 혼나며 레슨 받아도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말이 날카로워도 결국 애정 어린 말들은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을 같이 치며 친해진 언니는 나를 보고 굳이 네가 상처받는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잘못된 오기로 너를 망치지 말라고 했다. 무엇이 나한테 더 맞는지 고민이지만, 상대의 리액션에 따라 나의 기분과 생각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자기 확신이 중요함을 배드민턴을 하며 배운다. 결국 운동을 배우고, 운동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변화와 오로지 나를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의 길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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