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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Aug 27. 2024

성장통은 원래 아프다

배드민턴 친 지 1년 조금 넘었고, 아주 기본적인 스킬부터 반복하는 레슨을 여전히 하고 있다. 빨리 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당장 급수를 올리며 빨리 느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기본기를 확실하고 탄탄하게 다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코치님을 바꾸기 전 하나의 기술도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했는데, 다른 여러 기술 배우며 진도 나가는 게 내게 도움이 크지 않았다는 걸 몸소 느꼈고, 그렇게 배운 기술들이 오히려 안정적인 실력을 쌓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이번 코치님은 얼마나 빨리 진도를 나가느냐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기술을 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며 가르쳐 주시는 방향이 잘 맞았다.      


하필 오늘 레슨에서는 그동안 해 온 기본적인 언더도 제대로 못 했다. 공도 제대로 못 맞췄고, 스윙 자세도 엉망이었다. 평소 어려워하고 잘 못하던 거였는데, 그래도 감각을 많이 익혀 왔는데 다시 또 잘 되던 게 안 돼서 속상했다. 레슨하면서도 ‘오늘 이상하다. 왜 그러지? 왜 또 안 되지?’하며 스스로에게 분하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아침부터 받는 레슨에 내 하루를 시작하는 좋아하는 운동으로 시작하며 운동에 일희일비하게 되었다. 레슨이 잘 되면 오늘도 조금 성장했기를 바라고, 조금 실수한 날이라도 배우고 복습할 게 생겼으니 다음에 더 잘해보기를 다짐하게 되는데, 오늘처럼 엉망인 날에는 할 말이 없었다. 좌절했고, 서러움에 기분이 안 좋아 축 처져서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코치님이 전화가 왔다. “왜 또 뭐가 속상하냐고. 뭐가 속상해서 우냐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배드민턴이 잘 안돼서. 1년간 같은 레슨 반복하는데 이렇게 못하는 내가 싫어서였다. 코치님은 “괜찮다고. 다른 거 하는 것도 오래걸렸다고. 다음 시간에 다시 해보자고” 내가 언더 공을 칠 때 무엇을 집중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집어주며 다독여주셨다. 레슨 끝난 아침부터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자책하며 한탄하는 내게 용기와 애정의 북돋움이 따듯했다.      


잘하고 싶은 열정은 보이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언니 오빠들이 “조금은 욕심을 내려 놓으라고” “실력은 비탈처럼 느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느는 거라고.” 실력이 늘지 않는 거 같은 슬럼프 기간이 왔을 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쳐야 한다고. 그 시기가 지나면 나도 모르게 늘어있는 내 실력을 발견하게 될 거라며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이 시간을 잘 버티고 난 후의 나라면 조금이라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결국 다 지나가는 것이었음을 말이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 진심이 되면서 스트레스 받을 때 어때?”라는 말을 들었다. 비참하고 처절한 순간이 많아서 짜증이 났다. 너무 잘하고 싶고, 실력 올라가고 싶고, 인정 받고 싶고, 이기고 싶고, 무시 당하기 싫다. 잘하고 싶은 열정에 비해 몸은 잘 안 따라주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그럴수록 속상함만 더 커졌다. ‘취미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 싶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잘해질 수 없고, 이왕 시작한 운동이기에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위로 올라가고 싶기 때문이다.           


성장통은 원래 아프다. 그냥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수 백번 넘어지며 일어서는 법을 배웠으니까. 무시 받으며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나름 견뎌내는 법을 알아간다. 갑각류도 가장 연약해진 순간에 탈피하며 성장한다. 그걸 버텨야 성장할 수 있다. 아파한 만큼,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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