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제대로 된 소변기를 가져본 적이 없다

완벽한 소변기는 어떠해야 하는가

by 알량한


'한 발짝만 앞으로'


공공으로 사용하는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에

흔히 붙어있는 문구다.




한발짝만 더 가까이 변기 쪽으로 다가오라는 요구는

위생적인 문제 때문이다.

소변이 소변기 밖으로 튀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화장실은 쉽게 더러워지고

청소는 더 번거롭고 어려워진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소변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소변을 보는 스타일은 다르고,

소변기와의 거리를 두는 정도도 모두 다르다.

그러다보면 누군가 분명 소변기 밖으로 소변을 튀게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고,

한번 더럽혀진 바닥은 다음 이용자로 하여금 그만큼 제자리에서 조금 떨어져 소변을 보게 만든다.

그러면 더욱 더 밖으로 튈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난장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분명 거리를 너무 멀리 둔 사람의 문제긴 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은 이용자만의 잘못일까.

우선, 소변을 소변기에 바짝 붙어서 보게 되면

자칫 소변이 이용자에게 튀어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면 바닥에 튄다.


가까우면 묻는다.

멀어지면 흐른다.


이쯤되면 애당초 소변기의 디자인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된다.

소변이 발사되는 지점과 물줄기가 도달하는 지점의 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것이다.



이전 시대의 농촌 화장실을 생각해보자.

(물론 그 당시에 남성들이 굳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을리는 없겠지만)

아래로, 혹은 멀리까지 개방된 곳에서 소변을 본다면

그 물줄기가 이용자 본인에게로 튀어오를 일이 있을까.

하지만 밀도 높은 도시, 그 안에 위치한 현대식 건물 안의 화장실은 그만큼의 긴 배설 거리를 확보해주지 못한다.


이상적인 소변기의 모습은 어쩌면 안쪽으로 깊이가 깊은 동굴 같은 형태인지도 모른다.

(청소 문제가 엄청나게 힘들어지겠지만, 일단 튀는 문제에만 집중하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향하고 있다.

남성 소변기는 점점 작아지고 얕아진다.

그 편이 보기에도 좋고

청소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소변기는 점점 바닥에서 떠올라 작아지는 추세다.

이제 소변이 튀는 문제는 더욱 더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그 책임은 온전히 이용자의 청결도에 맡겨진다.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대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이것은 남성용 소변기를 완전히 포기하자는 요구와도 같은데,

나는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립선과 요도 따위의 남성 신체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일단은 차치하고,

다시 '튀는 문제'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말해보자면

대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또다시 '튀는 소변'을 이용자의 몸으로 막아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여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트 클리너가 준비된 곳이라고 해도

정작 더러운 것은 그 안에 고인 물이 아니던가.


인간 배변은 아직 도시와 현대식 건물 안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배출구를 갖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변기들의 모양이 완전형이고 완성형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에 맞추지 못하는 것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곤 한다.


'한 발짝만 앞으로'


이용자들은 마치 아주 단순한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무례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애당초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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