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과 『일간 이슬아 수필집』
『잊기 좋은 이름』에서 작가는 김애란이라는 좋은 소설가(자기 자신)의 찬란한 탄생기를 반복해서 쓰고 있다. 자기 확신과 자부심이 대단히 공고하다고 느꼈다.
이미 자신을 완성형으로 바라보고 있는 태도인데, 그 말은 그가 앞으로 더는 성장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기에 걱정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책이라면 재미있게 읽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는 정확히 이슬아의 수필집과 대칭을 이룬다.
먹고 살기 위해서, 독자가 재밌어 할 만한 자기 이야기를, 매일매일 써내야 했던, 미래가 불확실하고 자기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젊은 작가의 분투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것이다.
두 책 모두 자신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자주 반복되곤 하는데, 중견 작가는 이미 완성된 자신의 탄생설화처럼 그 얘기를 한다면, 신인 작가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탐구의 일환처럼 이야기한다.
수필 속에서 자기 작품 속 구절을 스스로 자신있게 인용하고 있는 중견 작가 보다는 장편 소설이 쓰고 싶다고 조심스레 고백하는 신인 작가의 글이 더 진솔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재미있는 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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