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때때로 작가의 매력을 깎아먹는다
작가의 관심사가 나이에 비해 굉장히 늙수그레하다. (1985년생)
구소련, 민주화 운동, 일제강점기 등등. 동시에 작가는 그 시대와 거리가 먼 젊은 작가다.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이 그 시대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에 대해 쓸 자격이 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애쓴다. 스스로의 괴리감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괴리감 중에 하나일 뿐이다.
작가는 일본 제품은 좋아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는 일면 지지한다. 지인을 소설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스스로 여성작가지만 반여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고민한다. 사회학에 매료됐지만 사회 활동은 하지 않는 자신이 괴롭기도 하다. 작가이지만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길 꺼리는 마음도 있으며, '아픈 경험'이라는 소설가로서의 재산을 많이도 가졌지만 바로 그 불행의 기억을 혐오하기도 한다.
책 속의 여러 글들을 통해 이런 괴리감을 해소하려 시도하지만, 어느 것도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 중심이 아직 단단하지 않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는 제대로 괴리를 봉합했다고 여기며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설익은 글을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없게 읽었다.
알량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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