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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량한 Aug 13. 2022

〈미지와의 조우〉: 우주의 경이감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1.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넋을 잃고 경외의 눈으로 뭔가를 바라본다. 그 이미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어른이 되면 그렇게 순수하게 경탄하는 대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필버그는 UFO를 끌어들여 성인 관객을 어린시절로 되돌려놓는다. 〈피노키오〉에 열광했던 그 시절의 경외감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5년 후에 감독은 〈E.T.〉를 통해 어린이 관객들의 혼까지 빼놓는다.



2.


UFO의 외관은 흡사 대도시의 야경을 떠오르게 한다. 강렬한 색상의 네온사인, 경찰차의 경광등, 마지막에 등장하는 UFO 본체(?)는 빌딩숲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필버그의 뇌리에 대도시의 야경이 신비롭게 박혀있는 게 아닐까.



3.


주인공 로이가 미쳐가는 과정은 영감을 받은 예술가를 떠올리게 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영감은 로이를 괴롭힌다. 밤낮으로 그것에 집착하며 어떻게든 그 영감을 구체적으로 구현시키려 노력한다.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예술가다) UFO 자체는 영감의 신과도 같이 그려진다. UFO에 올라타는 로이의 모습을 보면 이상향에 도달한 예술가의 희열이 느껴진다. 계시를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며 내면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데빌스 타워에 나타난 UFO들은 인간들에게 기본 음계(예술의 언어!)를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음악으로 서로 대화한다.



4.


거의 모든 SF영화들이 그렇듯이, (특히 세련된 최근의 SF영화들이 특히 그렇듯이) 우주에 대한 신비는 과학자와 정부 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듯하다. 권위 있는 그들만이 우주의 신비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 것처럼 군다. 과학에 문외한인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 신비로부터 소외 당하기 일쑤. 하지만 고대 이래로 우주의 신비는 소수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누구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우주의 신비를 소수 전문가들로부터 평범한 일반인들에게 되돌려준다는 면에서 근사하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연기한 라콤 박사는 외계인에게 초대받은 주인공에게 “당신이 부럽다.”며 고백한다. 관객에게 우주의 신비를 돌려준 스필버그에게 고맙다.


알량한 블로그

(http://blog.naver.com/alrya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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