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볼 가치가 있는 6시간짜리 잡담
시종일관 비틀즈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오노 요코를 보고 있으면 내가 왜 이 장장 여섯 시간이 넘는 기록물을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도 마지막 공연 장면 외에는 대부분 잡담과 시덥잖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영상을 말이다.
그건 결국 이들이 ‘비틀즈’이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그들이 날 대화 상대로 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그 사이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스스로도 예술가였던 오노 요코의 입장이라면 그건 충분히 인내하고 시간을 들일만한 일이다. 아마 이 영화를 연출한(대부분은 편집에 시간을 할애했겠지만) 피터 잭슨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나는 그가 총 60시간이 넘는 기록물(음성 파일만 150시간 이상)을 들여다보면서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그들이 ‘비틀즈’이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드문 이름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시덥잖은 이야기들 사이에 즉흥적으로 연주가 시작될 때마다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 어느새 레코딩을 알리는 빨간불이 들어올 때마다 긴장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 연주의 절정은 마지막 ‘루프탑 콘서트’다. 20여일간 스튜디오에 갇혀 연습만 하던 그들은 관객과 만나며 날개를 단 듯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그게 비틀즈의 존재 이유라는 듯이. 그 순간 그들은 말 그대로 ‘살아’(live)있다.
이 기록에 담겨진 22일 동안 새로운 공연을 기획한 김에 새로운 곡도 하나 만들고, 그 김에 싱글 앨범도 하나 내기로 한다. 그런 김에 라이브 앨범도 녹음하고, 그런 김에 영화도 찍으면서 TV쇼도 기획한다. 합주 사이사이 사진작가가 사진도 찍어 놓는다. 그 김에 새로운 매니저에 대한 미팅도 이뤄진다. 그런 김에 조지 해리슨이 탈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건지도 모른다.
탑스타에게 시간은 곧 돈이고, 멤버 각자가 잘나가는 밴드라면 한번 모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므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뽑아내는 것이다. 60시간이나 되는 영상물이 남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극도로 집약적인 생활을 계속 해나간다고 생각하면 정말 피곤해진다. 그들이 자기 자신을 찾으려 인도까지 찾아가 명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던 시덥잖은 농담들도 다 필요한 일이었다.
알량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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