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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량한 Feb 11. 2023

연말 시상식 상 욕심? 우리에게 상賞의 의미는 무엇일까

연말 방송국 시상식을 보면 의아할 때가 많았다. 대상 후보자들의 긴장한 얼굴이라던가, 그 상 하나로 마치 자신의 연예인 인생 모두가 보상 받은 것처럼 감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갔다. 상금을 수 억 주는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연예대상은 받은 이후 내리막이라는 징크스가 있지 않은가. 그 연예인에 대한 질적 평가는 이미 그의 수입 정도로 증명이 되지 않았을까. 굳이 상까지 받아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방송국의 연말 시상식이란 그저 사내 시상식에 불과한 것이고, 실력에 대한 질적 평가라기보다는 회사에 대한 매출 기여도가 중요한 것일 터다. 고로 방송국이란 곳의 특성상 모든 상은 인기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상이 의미가 있을까.




연예인까지 갈 것도 없다. 사람들은 종류를 막론하고 상 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받는 상은 각별하게 생각한다. 상금이나 부상이 보잘 것 없어도 그렇다. 도금도 아닌 금색 페인트 칠만 돼 있어도 애지중지 하며 상패와 트로피를 전시하기도 한다. 나눠주기 식의 이름뿐인 상이라고 해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긴다.



이럴 때 상은 케이크 위의 체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왔고, 이미 케이크라는 풍성한 결과물을 마련해놓았지만, 그 꼭대기에 체리가 올라가지 않으면 완성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인내를 하나로 묶어줄 예쁜 포장끈과도 같다. 커리어의 마지막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이다. 체리가 없다고 케이크가 맛없어 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받지 못하면 못내 서운해지는 것이다.





체리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런 커리어도 없이 덩그러니 받아놓은 상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케이크 위에 오르는 체리와는 비교할 수 없다. 누구도 자신이 쌓은 케이크를 체리 한 알과 바꾸지 않는다. 체리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토너먼트식 운동경기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실력으로 결판을 내는 상이니까. 거기서 체리와 케이크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롱도르 같은, 한 해를 결산하는 상이라면 어떨까. 메시가 상을 못 타고 호나우두가 상을 타면 두 사람의 실력차는 결정된 것인가.



일평생 하나의 체리만 받으면 그만인 것도 아니다. 체리의 마법은 유통기한이 있고, 우리는 주기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해마다 체리를 받아 케이크를 완성하기를 바란다. 매번 받던 체리를 받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상을 주는 기준은 절대적 평가와 거리가 멀 때가 많다. 정치적인 이유나 주최 측의 사정, 심지어는 비리로 인해 결정될 때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상으로 자기 일을 평가받고 싶어 한다. 그것도 이왕이면 최고상으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상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권위다. 실은 모두가 절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 권위 보다는 권위 있는 ‘척’ 하는 게 중요하다. 권위 있는 심사위원을 배치하고, 모든 사람들이 근사하게 차려 입으며, 식이 거행되는 동안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 분위기는 마치 천상의 권위라도 빌려오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트로피와 상패들이 그런 권위를 형상화한다. 여신, 지구, 신상, 성배 등의 신화적인 모양새들. 마치 하나님이 직접 새겨준 십계명 돌판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그런 분위기에 압도되어 모두의 주목 속에서 자기 인생(?)을 평가받는다면 누구라도 눈물을 흘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권위 있어 보이는 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체리 밑에 있는 케이크 자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권위 있는 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때라면 더욱 더 말이다.



(http://blog.naver.com/alrya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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