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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um Jun 25. 2024

나는 왜 읽고 쓰는가

 최근 장르영화라는 한계를 딛고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거기서 한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진행자: 데뷔작 <검은 사제들>부터 <사바하>와 <파묘>까지 오컬트 장르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장재현 감독: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영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입니다. 사람이 죽고 흙으로 변하고 그렇게 그냥 끝난다는 게 좀 아쉬워요. 숫자와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데, 사람한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나 영혼이 중요한데, 요즘 너무 홀대받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혼이 있었으면 좋겠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날 어디선가 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나니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거창한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고 가족이 화목하다 해도 이 세상에 완벽한 인생은 없습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달프고 힘듭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이 고단한 삶을 그래도 조금 더 의미 있게 잘 살아내려면 지혜와 경험이 필요한데 우리의 삶의 반경은 너무나 좁고 인생은 너무도 짧습니다.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인다 해도 한정된 시간 안에 충분한 경험과 지혜를 얻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독서와 여행, 사색과 글쓰기입니다. 답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하고 어두운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조금씩 밝은 빛과 길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저에게는 바로 책을 깊이 있게 읽기 시작한 후부터였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져 오랫동안 헤매기는 했지만 운이 좋아서 책과 글을 통해 조금씩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춘을 지나 중년에 접어들고 보니 진정한 삶의 의미는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재산과 명예, 지위와는 아무 상관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충만함이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였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건조한 삶을 살던 제가 책과 글을 통해 특별하고 윤기 도는 삶을 만났듯 저의 경험과 생각을 인생의 동료나 후배들과 함께 나누고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좋아서 끄적거린 글이지만 독자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잠자고 있던 울트라 파워가 솟아납니다. 장재현 감독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영혼이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처럼, 우리 한 명 한 명의 인생과 영혼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에 모두 다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AI가 활개를 치는 첨단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이 인간만이 가진 영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르헤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불멸을 믿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불멸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우주적인 것이다. 우리들은 계속 불멸할 것이다. 우리들의 육체적인 죽음을 넘어서 우리의 기억은 남을 것이며, 우리의 기억을 넘어서 우리의 행위들과 우리가 한 일들과 우리들의 태도는 세계사의 경이로운 부분으로 남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그것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아니 우리가 그것을 모르는 것이 좋을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인간의 영혼과 행위의 불멸을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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