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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Jul 21. 2022

기분전환이 쉽지 않은 당신에게

요즘은 중간이 없다. 어떤 날은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이 샘솟다가도, 어떤 날은 금세 고꾸라져 못 일어난다. 기분 좋은 날은 초등학생 방학 맞은 것처럼 계획표가 빽빽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계획을 세우고, 공원을 걷고, 글도 쓰고 책도 읽어야지 다짐을 하고, 미래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나가고. 뭔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남들보다 잘 난 게 전혀 없고, 겁이 나서 시도조차 못 하겠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고, 결국엔 안 될 거란 두려움만이 나를 둘러싸고 속삭인다.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이런 날에는 사랑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자신이 없다. 내가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결국 관계를 망쳐버리고 말 거라는 슬픔만이 감돈다. 결국 한 발자국을 뒤로 놓는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삶의 중심을 뒤꿈치에 놓고, 내 안으로 자꾸만 파고든다. 그런데 우습게도, 어이가 없게도, 허무하게도 이런 우울에서 나는 너무나 쉽게 건져지고 만다. 익숙한 손에 붙들려서, 낯익은 목소리에 끌어올려져서. '너 괜찮지?'라는 속뜻을 감춘, 쓸데없는 농담거리에.


누군가의 따뜻한 말에 쉽게 건져 올려지면, '우울의 수심이 생각보다 깊지는 않는구나.'라고 느껴진다. 잘 마른 수건처럼, 내가 언제 젖었나 싶기도 하고. 그럴 때면 나도 그 온기를 보답하고 싶어 진다. 씩씩하고 자신 있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서,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열기가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주위 사람 젖어들 틈도 없게 만드는 사람, 갓 구운 붕어빵처럼 속 안에 뜨거운 게 가득 찬 사람, 젖어들 걸 알면서도 당신의 우울 속에 기꺼이 손 집어넣는 사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따뜻한 악수를 건네고 싶다. 당신의 체중을 단 1g이라도 내게 실을 수 있도록. 오늘도 당신과 나, 기대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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