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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Jul 11. 2022

걷고 자고 쓰기의 마법


월요일 아침부터 면접에 떨어졌다는 문자가 왔다. 면접이야 붙을 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거겠지만,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을 포기하고 면접을 봤기에 더 타격이 컸다. 심지어 붙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애써 괜찮은 척 하려고 했지만, 사람 마음이 생각처럼 쉽진 않기에, 괜찮지는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걷기로 했다.


걷는 건 생각보다 꽤 큰 힘이 되어준다. 특히 아침 산책에는 걷기의 마법이 걸려있는 듯하다. 왜 저번 주 금요일이 아니라 월요일 아침부터 문자를 보냈을까. 그러다가도 걷다 보면 금세 '오히려 좋아'가 돼버린다. 이번 주부터는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일단 주위엔 말 안 하기로 했다. 경험상 안 좋은 일은 자꾸 말로 꺼내다 보면 더 침울해진다. 괜히 월요일 아침부터 주위 사람 기운 떨어트려가며 하소연하기도 싫고. 이런 문제는 혼자서 회복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걷고 쓰고 자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다. 마스크 벗고 풀냄새를 맡으며 공원 한 바퀴를 돌고, 햇빛이 따사로운 오후에는 낮잠을 짧게 자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걷기, 자기, 쓰기에는 무언가 마법의 힘이 있는 것 같다. 걷다보면 어느새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들고, 자고 일어나면 힘들었던 감정들도 잠시 잊혀진다. 그리고 내 감정을 글로 써내려갈 때, 내가 겪은 일들을 비로소 똑바로 응시할 수 있다.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일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지금부터 잘 살면 된다고, 약간의 낙관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래. 뭐든 지금부터다. 내가 못한 거. 내겐 없는 거. 그런 거 다 떠나서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면 된다. 이 생각이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들이 모여서 내 삶의 방향이 될 거라 믿어야 한다. 믿는다. 그게 중요한 거 같다. 아무도 나를 못 믿어도, 내가 나를 믿는 거. 그리고 조그만 거라도 나만의 계획을 꾸준히 밀고 가는 거. 그것들이 이루어질 때, 변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당장의 흔들림으로 무너져내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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