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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Oct 23. 2022

프리랜서라고 프리하진 않아요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지출을 건당 급여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좋게 생각하면 경제관념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좀 궁핍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돈을 덜 쓴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한 시간 일한 돈을 간식거리에 가볍게 쓰고 나면, 일을 더 해야 할 것만 같은 피로감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할당 시간이 아니라 할당 건수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은 꽤나 큰 스트레스가 된다. 


회사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프리랜서는 각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중요하다. 1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30분 더 걸려 완성되면 손해 보는 기분마저 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계처럼 일할 수 없다는 점이다. 1시간 걸리는 일을 하루에 8개 하려면, 단순히 8시간만으로 계산해서는 안된다. 집중하지 못하거나 피로하거나 지치는 시간, 즉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량이 늘어날수록 비례해서 증가한다.


때문에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업무만 잡고 있을 때가 있다. 낮에 일하지 않은 죄로, 새벽까지 노트북 앞을 벗어날 수가 없는 거다. 이러한 생활은 반복되고 습관화되며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새벽까지 일했으면 아침에 피곤하고 일하기 싫은 게 당연하니까. 자연스럽게 능률이 떨어지고 밀린 일은 다시 새벽에 하게 되는 패턴이다. 


밤낮이 바뀌는 건 프리랜서들이 가장 경계해야 될 문제 중 하나다. 물론, 밤늦게 작업하는 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밤에 더 집중이 잘 될 수 있다. 음악이나 글쓰기 등의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감수성이 더 풍부해지는 시간 때야 말로 좋은 작업환경일지 모른다. 다만, 이러한 패턴은 길게 봤을 때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식물과 유사한 점이 있다. 낮에 햇볕을 쫴야 하고, 적절한 영양분을 유지해야 하며, 밤에는 휴식을 취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 만약 이 셋 중 한 가지라도 잘 되지 않는다면 피로하거나 우울하거나 몸의 균형이 망가진다. 이것들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주요한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에너지를 받는 공급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경우 업무 특성상 회사원에 비해 사회적인 접촉이 적을 확률이 높다. 혼자 일하는 것이 좋아서 프리랜서를 시작했을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가 줄어들면 결국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잘 해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 더 외로워지는 사람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는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이 회사 생활하는 것보단 자유롭겠지만, 모든 부분에서 '프리'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를 빈틈없이 잘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계발도 병행해야 하고, 시간 관리도 잘해야 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프리랜서도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잘 다잡아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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