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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Nov 18. 2020

위대한 기업들은 어떻게 무너져내렸는가?

혁신기업의 딜레마(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위대한 기업들이 왜 무너져 내렸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통 기업의 경영자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을 무시해서 이거나 앞으로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경영자들의 무능함과 같은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교수는 이런 우리의 생각에 다른 대답을 제시하였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생각하는 위대한 기업들이 무너져 내린 이유는 오히려 경영진이 너무나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술에 있어서 존속적 기술과 파괴적 기술이라는 2가지 분야로 기술을 나누는데 위대한 기업은 존속적 기술에 매우 뛰어난 기업들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존속적 기술 경영이란 무엇인가? 존속적 기술 경영이란, 고객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고, 소규모 시장보다 대규모 시장을 목표로 공략하는 기술이었다. 언뜻 들어보면 위의 존속적 경영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좋은 경영의 표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좋은 경영은 위대한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파괴적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쓸데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위대한 기업들이 존속적 경영을 토대로 더 위대해진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고객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자세를 토대로 위대한 기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괴적 기술로 인해 기술의 패러다임자체가 변할 때는 이는 오히려 악효과를 일으킨다.

    저자는 디스크드라이브 산업, 굴삭기 산업, 철강 산업 등을 통해 어떻게 기존기업들이 새로운 선도기업들에게 무너져 내렸는지 이야기해준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시장이 흡수가능한 기술속도보다 빨라서 시장과 기술사이에 어떠한 갭이 생기는 데, 이 갭으로 인해 파괴적 기술이 진입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파괴적 기술의 경우 초반에는 기존 기술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만 다른 부분에서 장점을 나타낸다. 저자가 예시로 들은 혼다의 오토바이의 경우 북미에서 기존의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로 경쟁을 하려 다가 속도, 성능, 승차감 등과 같은 부분에서 뒤떨어져 참패를 하게 된다. 그러나 혼다가 우연히 오프로드용 오토바이를 내놓았는데, 오프로드의 경우 그렇게 까지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대성공을 하게 된다. 이때의 기반을 토대로 결국 고속도로에도 혼다의 오토바이가 이용되게 된다. 혼다의 오토바이를 사례로 저자는 파괴적 혁신이 전형적인 기술혁신이라 기보다 마케팅적 혁신이라고 이야기한다. 파괴적 기술은 기존 기술보다 성능이 떨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로우엔드)을 개척해 나가면서 그 시장의 선도기업이 되고, 그 이미지를 토대로 하이엔드 시장까지 점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괴적 혁신에 대처해야 하는가? 저자는 파괴적 혁신에 대처하기 위해선 기존의 존속적 경영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기업의 경우 대기업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크기가 충분히 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괴적 혁신은 작은 시장에선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기업의 수준에서 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매력적이지 못하고,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조직이 의욕을 느끼지 못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논리에 의하면 조직은 자원, 프로세스, 가치 라는 3가지의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프로세스의 경우 반복적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기존 기업의 프로세스로 파괴적 혁신에 대응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기존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2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이야기한다. 첫번째로는 충분히 작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새로 만들고, 파괴적 혁신에 맞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충분히 작아야 하는 이유는 조직원들이 작은 시장에서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파괴적 혁신에 맞는 프로세스의 경우 기존의 실행계획 즉,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하고 시장이 얼마나 클 지 계획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계획이 아니라 학습계획, 충분히 작게 많이 실패하면서 학습하며 발전하는 형태의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두번째로는 이미 파괴적 혁신에 도전하는 선도기업을 초창기에 인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함에 있어서 그 선도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로 인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인수합병의 형태로 인수하게 된다면 피인수기업의 프로세스가 매력적이라서 인수하는 것인데 그 프로세스가 인수기업의 프로세스와 같게 되면서 인수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새로운 작은 조직의 독립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마케팅적 혁신, 프로세스의 분리, 많은 실패를 필요로 하는 학습계획 등과 같은 방법으로 저자는 기존의 위대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좋은 예로 월마트, 시스코, 존슨 앤 존슨과 같은 기업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생각의 전환을 많이 느꼈다. 필자 역시 소니와 같은 한 때 시대를 주름잡던 기업들이 몰락한 배경을 경영진의 무능력함에 돌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무능력함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능력이 있어 고객의 목소리에 의존하고 높은 이윤의 시장을 개척하려는 존속적인 혁신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무너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파괴적 혁신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현재 스타트 업들이 추구해야할 비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타트 업의 경우 저자가 이야기하는 독립적 조직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작은 시장에 적합한 유연성마저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계획으로 시장에 접근할 프로세스 역시 소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필자는 기존기업의 파괴적 혁신에 대응할 3번째 방법으로 스타트 업과 기존기업의 합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존하는 스타트 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수강하면, 그 모든 프로그램들이 존속적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기존 시장을 분석하고 고객의 수요를 계획하고 어떤 포지션으로 나아갈 지 포지셔닝 하는 등 이 책에서 설명한 실행계획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실행계획과 존속적 혁신의 형태로서는 기존기업들의 아성에 감히 도전할 수 없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고 이런 실행계획을 강조하는 존속적 혁신의 프로그램들이 파괴적 혁신의 방향으로 전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 시대에 크리스텐슨 교수의 조언이 가장 필요한 기업은 인텔이라고 생각한다. 인텔의 경우 1997년 크리스텐슨 교수를 자문교수로 위촉하여 AMD와 같은 저가형 CPU로 시장진입을 하려는 기업들의 공격으로부터 시장을 지켜냈다. 그러나 현재 인텔의 행보를 보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애플 실리콘이라는 주제로 애플이 M1칩을 공개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M1칩이 맥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프로젝트 카탈리스트(project:Catalyst)을 통해 iPhone부터 iMac까지 ARM기반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합을 이루려고 한다. 기존에 인텔 칩은 고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iMac과 같은 데스크톱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저 성능이지만 고효율을 자랑하는 ARM기반의 프로세서들이 이제 하이엔드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면서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애플 뿐만 아니라 아마존에서도 AWS를 x86기반 인텔 프로세서가 아니라 ARM 기반의 자사 프로세서를 통해 서버를 구축하려고 한다. ARM의 고 효율적인 특성으로 인해 서버관리 비용이 줄어 들기 때문이다. ARM의 경우 인텔이 버티고 있는 기존의 데스크톱 시장(하이엔드)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져도 괜찮은 휴대폰 시장(로우엔드)에서 생존하고 있다가 스마트폰이 생기는 등 그 시장이 확대되어가며 시장과 함께 성장하다가 결국 인텔의 베이스인 PC, 서버시장 까지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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