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이들을 다 재워두고 할 일이 끝난 후 글을 쓰려 브런치를 켜면 마치 내 방에 문을 닫고 혼자 들어온 기분이 든다.
문을 닫고 혼자 들어온 '그 방'에서는 그날 문 밖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내 행동들에 대해서 하루를 반성해 보거나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의미로 나의 오늘은 어땠나.
생각 없이 던진 말에 누군가를 상처주진 않았는가,
타인에게 시샘이 생기도록 헛된 자랑을 하진 않았는가,
오늘 내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는가,
또는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빙자해 부담을 주진 않았는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소홀하진 않았는가,
바쁘다는 핑계로 사소한 연락조차 미루진 않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떳떳한 사람이고 싶은 방 문 밖의 내 모습 탓에 가끔은 피곤할 때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를 향해 있는 내 감정의 방향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을 재우고 글을 쓸 때면 방에 문을 닫고 들어와 혼자 침대에 누운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든다.
상대를 향해 있던 나의 감정들, 가끔씩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그들을 위한 배려나 이해, 노력 등의 버거운 감정들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어서.
축 늘어질 수 있는 나의 유일한 공간이어서.
그저 오롯이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어서.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생각 없이 던진 말에 누군가를 상처주진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되려 '누군가의 언행에 내가 상처받진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고 내 감정을 다독이고 돌보는 것이다.
'타인에게 시샘이 생기도록 헛된 자랑 하진 않았는가'
하는 물음에 오히려 나에게 '부러운 마음에 타인을 시샘하진 않았는가' 하고 물음을 던져 보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는가, 사랑하는 이에게 부담을 주진 않았는가'를 생각함과 동시에 내가 받은 사랑과 내가 받은 부담도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스스로 나를 다독여 주는 것이다.
내가 건강한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타인과 어우러져 잘 소통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다듬고 돌보아 주는 것.
그것이 나에게 글쓰기가 아닐까.